스케치

눈과 같이

愛야 2007. 12. 15. 09:35

 

 

 

 

여적지 은행잎이 살아있다. 밤이면 검은 나무 빛나는 잎으로 살아있다. 북쪽 어딘가에선 성급한 눈이 내린다는데.

 

시를 읽으면 나도 시인이 되고, 소설을 읽으면 나도 소설가가 된다. 즐거운 멀티를 위해 나는 쓰기보다 읽기를 택한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행복할 자신은 없다.

 

시인이 되려면 송곳이 필요하다. 단언하건대 시인들은 분명 다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시를 읽을 때 마음이 콕콕 아픈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시인이란 영혼을 찌르는 기술을 우리 몰래 익힌 자들이다, 잔인한.

 

 

                      

                    

강가에서

               

                       ㅡ윤제림

 

 

처음에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