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에 며칠째 바깥 걷기운동이 소홀했다.
하늘이 좀 버언하다 싶어 양말 신으면 어느새 빗방울 듣고, 치아라 드러누우면 한쪽 하늘이 또 밝아진다.
그저께는 저녁 무렵 푸른 하늘도 언뜻 나타나길래 밤 산책하러 나갔었다.
참 선선하고 상쾌한 저녁 공기였다.
땀 흠뻑 흘리며 돌아오는 길에 잠시, 정말 잠시 마트에 들어가 빵 한 봉지 사 나오니 그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없었다.
작은 크로스백에 든 카메라와 전화기가 걱정되었으나 방수가 잘된 천이라 믿고 비를 장하게 맞으며 돌아왔다.
그 빨래 아직 하지도 못했다.
실내에서라도 운동을 하여야지.
멀찍이 있던 핑크색 작은 아령을 머리맡에 가져다 놓았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두어야 테레비젼 보면서도 할 수 있겠다.
훌라후프는 눈에 바로 보이는 벽에 세워두었다.
실내에서 걷기는 참 안 되기에 작은방에서 워킹머신 끌고 나오는 건 포기했다.
오늘은 바람과 비가 같이 퍼붓는다.
태풍 같다.
온 집이 끈적이고 눅눅하다.
다행히 기온이 낮아 창문을 닫고 있어도 덥지 않기에 망정이지 땀까지 흐른다면 죽을 맛일 거다.
음, 오늘도 걷기는 틀렸고 훌라후프나 하자.
훌라후프를 허리에 걸치고 돌리자 첫 탄력에 실패하여 우당탕 떨어진다.
워낙 큰 훌라후프이다 보니 사고치는 반경도 넓어서 멀리 있던 물잔을 후려쳤다.
물잔의 물 다 쏟아졌다.
창밖에 비 오는데 온 방까지 물바다다.
어처구니없어 멍하니 보다가 우씨 마른걸레 가져와 닦는다.
담겼을 땐 적은 양이 쏟아지면 불어나는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모르겠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물 쏟아진 김에 방바닥 박박 닦는다.
그렇잖아도 눅눅한 집구석에 물청소까지.
허허, 운동은 한 셈이다.
※
이 글 쓰는데 옴마야!!
하늘이 쪼개지듯 천둥 치고, 번쩍번쩍 천지가 사이키델릭하다!
이카다가 자판 우에서 장렬하게 감전사하는 거 아니가. ㅠㅠ
아, 나는 이런 위협을 무릅쓰고 나라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모하는 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