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벌써 봄?
愛야
2016. 1. 8. 15:04
#1
새해가 되었다.
한 살 더 먹었다.
새해가 되면 전국민이 동시에 한 살씩 더 먹는 세계 유일의 한국식 나이법이 아니라도
이른 내 양력 생일 탓에 명실공히 한 살 더 먹었다.
나는 아직 생일이 안 되었으니 어림없다고 뻗댈 명분조차 없어졌다.
이럴 때는 이른 생일이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2
치졸하고 난장판인 세상과 달리 따뜻한 겨울이다.
급기야 공원에 홍매화 두 그루가 발갛게 피었다.
한 달이나 이르게 피었다고 관리 아저씨가 말한다.
시계는 고장났으나 온도계는 잘 작동시킨 나무 같으니라구.
겨울이 시작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끝내려는 신호인가.
언제나 끝은 흡족하지 않은 순간에 온다.
#3
귤 한 봉지 사서 돌아온다.
요즘 귤피차를 만들기 위해 귤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알맹이 먹고 남은 껍질을 차로 만드는 게 아니라, 껍질을 얻기 위해 알맹이를 산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5살쯤 되어 보이는 씽씽이 탄 여자애와 엄마가 걸어온다.
아이는 씽씽이에 두 발을 다 올리고 엄마가 대신 씽씽이를 끌며 온다.
가까이 보니,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붙잡은 꼬마는 눈을 스르르 감으며 졸고 있다..
밥 먹으며 조는 아이는 보았지만 씽씽이 타며 조는 아이는 처음 본다.
우스워서 몇 번 뒤돌아 본다.
헐, 또 아이가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