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동네 어귀

愛야 2019. 8. 30. 16:45


#1. 여름꽃

 

  

        

자목련이다.

지난봄의 꽃 사진을 우려먹는 게 아니다.

불과 열흘 전쯤 사진이다.

쟈가 무슨 이유로 이모작을 결심하였는지 모르지만, 염천에 쓸데없는 반항이다.

목련은 꽃 먼저 피고 잎이 나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잎이 무성한 가운데 꽃이 있다.







촌핑크에 렌즈를 가져간 순간, 바람이 화아악 불어와 꽃가지를 마구 흔들었다.

그래서 저렇게 되어버렸다.

바람이 제법 부는 날씨인 줄도 모르고 공원으로 사징끼 챙겨나온 내가 잘못했네.






바람이 떠나기를 겨누어 다시 찰칵했다.

가까이서 보는 배롱나무꽃은 언제나 누추하다.

色이라도 농염하여 눈길을 잡으려는 것일까.

여름이 가는데 한 번쯤 너를 찍어주어야 할 것 같다.





#2. 가을 징조

낮이 한 뼘쯤 짧아졌다.

여름 내내 서북향 작은 창으로 강하게 들던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비껴 선다.

태양의 길, 황도는 사소한 풍경 속에 있다.


어스름 녘에 방역차가 추억의 연기를 뿜으며 동네를 소독한다.

이제 아무도 그 흰 연기 속을 따라 달리지 않는다.

얼마나 재미있는데... 내가 달리면 신고 들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