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호박떡과 맥주
愛야
2007. 1. 5. 14:28
일기예보에선 오늘부터 날씨가 안 좋을 거랬다.
흐렸던 아침의 하늘은 마음을 바꿨는지 잠시 화창하고 따뜻하다.
아침부터 통신사와 옷집과 보험회사와 단골 병원에서 축하 문자가 배달된다.
그것은, 당신의 신상 명세서는 우리 손 안에 있소이다 하고 말하는 셈이다.
아들은 학원에서 나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갖고 싶은 거 없어?
많다.
난 3000원 밖에 없는데...
그럼 왜 물어 임마, 붕어빵이나 사 와. 난 케익 싫다.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호박떡을 샀다.
할머니가 하는 떡가게라 맛있을 거란 믿음을 가졌다.
맥주도 한 캔 샀다.
햇살이 드는 고요한 거실에 호박떡과 맥주를 차렸다.
어울리지 않는다.
맥주보다 포도주가 나은가?
호박떡보다 케익이 나은가?
내 식성대로가 정답이다.
맥주를 한 모금 넘긴 후 호박떡을 손으로 조금 떼어 먹는다.
손가락을 빨면서 속으로 뇌인다.
Happ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