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고 싶은
하루가 힘들게 넘어 간다. 아니, 이것은 꼭 들어맞는 말이 아니다. 정신없이 넘어 간다가 더 적절하다. 나의 아침은 알람으로 시작한다. 굿모닝. 이젠 굿모닝은 미안하지만 너무 진절머리 난다.
나의 하루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약 30여 명과의 통화, 15명 가량의 만남, 잘하면 두 끼의 식사, 한 시간의 컴퓨터, 대여섯 잔의 각종 차, 5분쯤 웃고 10분의 화 냄, 그 보다 더 긴 무표정, 무표정에서 접대용 얼굴과 목소리로 돌변하기, 시간과 약속에 등 떠밀리기, 목 아프게 말하기, 걷기, 외로움 , 억울함, 통장 잔고, 실종되고 싶기, 반찬 걱정, 허나 컴 끄고 공부 좀 해라아, 인간극장, 9시 뉘우스, 휴식하는 밤에도 머릿속은 부지런히 내일 혹은 5년 후의 필름을 돌린다.
말랑말랑하지 않은 하루임에 분명하고 그건 내일도 변함없을 것이다. 일이 변할 수 없으니 나는 언제나 고달프게 하루를 넘겨야 하나? 다 아시다시피 답은 뻔하다. 자발적인 즐거움만이 나를 구제할 것이라는 거. 문제는 자발적 즐거움이 쉽지 않은 성격이라는 거.
결핍된 무엇을 보충해야 할지 명백히 알지만 비겁한 핑계거리는 다 있어 왔다. 사랑하기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남는 나이다) 화내지 않기 (말을 하다 보면 화나는 일이 널렸다) 입 벌리고 크게 웃기 (보톡스 경비가 만만찮을 건데...) 칭찬하기 (불가항력이란 것도 있다. 내 새끼, 특히 17살 머스마에겐 할 게 없다) 건강하기 (지금도 건강하다. 노화현상은 저 윗분에게 부탁해야 한다) 책 읽기 (활자보다 생각을 더 깊이 해야 한다) 돈 많이 벌기 (내 차례까지 잘 안 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선천적 삐딱이는 불치병이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소중히 여기기 ( 나만 나를 소중히 여기면 뭐 하나)
( ) 속의 타당한 이유를 뿌리치고 새해엔 위 파란 글씨처럼 살아볼까 기특하게 마음 먹는다. 참으로 인정하긴 싫지만 여태 살아온 궤적이 별 볼일 없으므로, 마음의 방향을 홱 틀어보면 어떨까 싶다는 말이다. 밥숟가락 놓는 일이 생기려면 마음이 바뀐다지만 설마 힘 없는 나를 데려가 쓰실 곳도 없을 터이다. 착하게 살다가 또 혹 아는가, 눈 멀고 귀 먹는 연애라도 하면 금상첨화, 아니 설상가상이래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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