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법
지난 주말 친정에 갔다.
아버지는 나에게 엄마 점심을 차려 드려라 하시곤 나가셨다.
모처럼 엄마 곁을 지킬 막내딸이 있으니 마음 놓고 나가신다.
점심으로 보신탕을 한 그릇 하러 가신단다.
사우나도 하고 오신단다.
그러세요, 아부지. 염려 말고 댕겨 오세요.
엄마의 식탁을 차린다.
밥은 두어 술, 호박 나물, 시금치 나물, 미나리 나물을 놓고 명태전을 부친다.
나물은 아버지가 다 해 두신 것이고 명태전만 내가 새로 부친 것이다.
엄마가 조곤조곤 말씀하신다.
밥이 많다...
옴마, 그 밥이 많으면 어째. 안 넘어 가도 억지로 드셔야 해요.
너거 아부지는 와 나물을 전자렌지에 데치는지....
물에 푹 삶으면 영양소 다 없어진다고 그러시잖아.
나는 싫더라. 나물이 꼬들거리고 야물어.
그럼 물에 데치라고 아부지한테 말씀하시지?
그리 말해도 안 듣는다. 미나리를 물에 좀 푹 삶아 물렁하게 해 주면 좋겠는데.
아버지는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영양분 있게 해 먹이고 싶으시다.
그래서 여러 번 나누어서 일일이 전자렌지에 나물거리를 데친다.
귀찮다 않으시고 지극 정성이시다.
전자렌지에 데치면 수분이 증발되어 물에 삶는 거보다 덜 부드럽다.
엄마는 치아가 안 좋으니 더 물렁하고 부드러운 나물을 원한다.
엄마는 아버지께 몇 번 말해 보다가 안 들으면 입을 닫는다
아버지 하시는 대로 받아들이신다.
찬성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고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어 그러신다.
엄마 연세 77세.
아버지식 영양소도 좋지만 그만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면 좋겠다.
편하게 드시고 더 드실 수 있게 해 드리면 좋겠다.
위험하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라면 상대가 편하고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게 옳다.
사랑의 방식도 나이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이리라.
무엇이 사랑인가, 돌아 오는 내내 생각한다.
아부지, 옴마를 조금 덜 사랑하세요.
아부지식으로 사랑하지 말고 옴마식으로 사랑하세요.
다음엔 미나리를 꼭 물에 푹, 물러지도록 삶아 드리세요.
딸에게 아버지의 나물을 이르는 엄마가 귀엽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