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HAPPY birthday to Buddha !
愛야
2007. 5. 21. 22:00
꼭 부처남 오신 날을 겨냥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한가한 날 택해 가다 보니 절의 가장 큰 행사를 앞 둔 휴일이었다.
전날 내린 비가 계곡을 씻으며 흐르고 있었다.
부처는 화려하고 유치하며 선명한 색채로 오시는 중, 눈이 어지럽다.
빈 연등은 가끔씩 생각난 듯 바람에 몸을 흔든다.
언제 가도 절은 좋다.
낡고 묵은 절일수록 향기도 깊어 좋다.
목어를 본다.
내 눈에 언제나 목어는 물 아닌 허공을 나는 즘생 같다.
아니면 날고 싶어 하는 새 직전의 것이든지.
공중에 매달린 물고기여.
떨며 울기 위해 배가 비었구나.
번뇌에 절은 인간이 와서 너를 오해하고 간다.
돌아와 생각하니, 부처 앞에 절 한 번 하지 않고, 입 달싹거리며 소원 한 가닥도 빌지 못 하고 왔다.
빙신...부처께 부탁할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부처 앞에 엎드리며 깊은 우물 같은 목소리로 경을 외는데
나는 쓸데 없는 생각만 잔뜩 하다 왔다.
긴 숲길을 쉽게 돌아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