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를 하는데 열불이 나 수박을 옆에 두고 먹어가며 합니다. 어제 산 수박이 꽤 답니다. 꼴랑 수박 한 통을 배달시킨 일은 처음이었네요. 두 식구 입에 배달시킬 만큼을 안 사지만, 그보다는 그냥 제가 들고 오는 것이 속 편해섭니다. 수박인 경우엔 덕분에 팔이 고생입니다.
시장에 있는 마트가 주인이 바껴 새로 단장하더니 오픈을 했습니다. 어제 시장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코너를 너무 여러가지로 벌여 그런지 물건 구색은 오히려 엉성하였어요. 꽉 찬 느낌 없이 대표적인 물건 가져다 명색만 갖춰 놓은 듯하더라구요. 없던 떡볶이코너, 베이커리 코너도 작은 규모로 생겼더군요. 이것 찔끔 저것 찔끔 발린 분위기 있잖아요. 주인 바뀌기 전 그 마트의 단골 정육점 아줌마가 입점되지 않아 살짝 염려되더군요. 아마 주인 바뀌면서 입점계약을 못 했나 봅니다. 지난 겨울 아들이 행시 패스했다고 기분 팍팍 내서 덤을 많이 주기도 했답니다. 알고 보니 나와 나이가 비스무리 하던데 하, 참 부럽데요. 아이 다 키운 사람이 요즘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결단코 행시 패스가 부러운 게 아님...)
오픈 기념으로 마이크 잡고 시끄럽게 수박을 팔더군요. 한 통에 6500원이래요. 크기도 커요. 욕심이 나서 사려고 했는데 들고올 손이 없더라구요.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다른 장 본 거. 나중 저녁에 선선할 때 구루마 끌고 다시 와야지 하며 그냥 나왔어요.
몇 발짝 오다 보니 성당 옆 과일 가게 아자씨가 무료히 앉아 밖을 보고 있었어요. 다 오픈한 마트로 몰려가서 손님이 없나 봅니다. 비슷한 크기의 수박 값을 물어보니 7000원이라네요. 마트보다 500원 더합니다. 아자씨께, 들고갈 손이 없는데 배달해 주실래요? 하니 당연히 해 준다네요. 500원은 배달비로 생각하면 됩니다.
집에 도착해서 좀 있으니 오토바이로 수박을 가지고 왔습니다. 4층인 우리집까지 가져다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애쓰셨다고 인사했어요. 새까맣게 탄 아자씨 얼굴에 무수히 잡힌 주름이 정답게 마주 웃습니다. 수박 씻어 쩍 쪼개니 씨앗도 많지 않고 달고 맛있습니다. 썰어서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흐뭇하고 부자된 거 같더라구요. 밥 대신 수박 먹는 여름이 드뎌 되었다는 말입니다.
한 통이라도 배달 꼭 해 주실 거죠? 하고 과일 아자씨께 미리 다짐해 두었어요. 자꾸 꾀가 늘어갑니다.
예? 그동안 제가 너무 미련하게 수박 사 먹었다구요? 맞습니다, 그게 제 한계랍니다.

참, 컴퓨터 하면서 열불이 왜 났냐면요. 카메라의 사진을 컴에 옮기는 작업이 안 되는 겁니다. 제 디카는 Sony이고 컴퓨터는 Window XP입니다. 카메라 연결을 하면 화면에 <스캐너. 카메라 설치 마법사>가 뜹니다. 시키는 대로 체크 하면서 따라가면 되니 쉽게 했답니다. 헌데, 얼마전부터 마법사가 안 떠요. 그리고 엑서스 표시등 빨간불이 순식간에 하얗게 바뀌니 뭘 어떻게 사진을 컴터로 옮겨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혹 디카나 어댑터에 문제있나 해서 어제 소니AS까지 갔는데 거기 컴퓨터론 잘 되더군요.
카메라나 다른 부품 고장이 아니라니 다행이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해도 여전히 마법사가 실종이예요. "내 컴퓨터"로 들어와서 어찌어찌 사진을 찾아 올렸어요. 저 수박 사진도 실험삼아 찍어 올려본 겁니다. 컴맹 비슷한 제가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을마나 머리에 김이 올랐던지요, 늘 가던 길이 아닌 다른 방식을 제가 어찌 알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사진을 올리는 게 아니라 왜 갑자기 마법사가 안 뜨는가입니다. 아무 짓도 컴퓨터한테 안 했는데 왜 마법사가 떠나셨는지 갑갑해 미칠 지경입니다.
분명 프로그램상 어디가 삭제되었든지 꼬였든지 삐졌든지 토라졌든지 했으니 이리 배반 때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컴맹인 주제에 이런 꼬인 문제 해결 안 하면 먹는 게 얹히는 체질이라 밥도 못 묵고 할 수 없이 수박만 먹었답니다. 내일 다시 소니 AS로 가 물어볼 참이지만 그새 제 숨이 넘어가지 싶어요. 꼴까닥...그럼 안녕히. (누군가 알려주시면 안 잡아 묵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