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동안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몇 가지 영역 중 하나가 음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헛웃음이 히익 나왔다. 마음만 먹는다면 올릴 요리는 있고? 이런 자조의 웃음이라기보다 살림의 제왕들이 워낙 많으신데 감히 어딜 넘봐, 하는 깨갱의 웃음이다.
하지만 나도 삼 시 세 끼 밥을 해서 먹는, 명색이 주부인데 어찌 요리하는 순간이 없었을까. 다만 그 음식을 접시에 담아 내는 순간의 찰칵이 늘 생략되었기 때문이라고 우길란다.
토요일 마땅한 저녁 반찬이 없었다. 슈퍼를 빙빙 돌다가 작은 무우를 하나 샀다. 냉동칸에 항시 저축되어 있는 고등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무우 넣고 조려야지. 아들은 조림보다 구이를 좋아하지만 요즘 하는 짓이 하도 미워서 아들넘 입맛에 맞춰 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다. 야채가 다 떨어졌기에 당근, 호박, 파, 등등을 더불어 샀다. 요즘 야채값이 장난이 아니다. 호박 하나와 삼겹살 100그램의 값이 비슷하다.

흠흠, 가문의 극비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1. 무우 넣고,
2. 고등어 넣고,
3. 양념장 입맛대로 끼얹어
4. 푸악 익힌다.
오늘은 접시에 담아 한 찰칵 박아준다. 찍고 보니 음식 사진은 또다른 노하우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째 고등어는 안 보이고 무우만 보인다. 무우 좋아하는 내가 자꾸 무우만 수북히 담아서 그런가. 나는 엉뚱하게 음식보다 사진에 골몰한다. 앞으로 사실보다 더 먹음직스럽게 찍는 비법을 터득하느라 요리 사진을 줄창 올려댈지 모른다. 한 가지 숙제가 생기면 꼭 그것을 해결해야 가슴이 시원한 사람잉께.
고등어 조림은 거의 내가 다 먹었다. 정확하게는 무우를 내가 다 먹었다. momo님도 무우 좋아한다 했지만 드릴 방법이 없어서 눈물을 머금으며 가슴 아프게 혼자 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