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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실연한 총각의 넋두리
물론 부부도 살다 헤어지면 고만인데 연애하다 쫑 나는 거 뭐 대숩니꺼.
가고 싶으면 가라고 큰소리야 뻥뻥 쳤지만도 설마 진짜 가겠나 했지요.
이번에는 진짜 가데요.
허,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옵디더...우찌 지가 그리 쉽게 돌아서삐릴 수가 있는데요?
하, 근데 요래 술만 한 잔 들어가면 미치겠는기라요.
내가 참 나쁜 넘인 거 알겠는데요, 그런데요, 나쁜 넘을 만회할 기회가 인자 없네요.
있을 때 잘하라꼬요?
하하, 맞십니더, 그게 제 주제갑니더.
제일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는 다음 기회에! 카면서 미루고
내하고 벨 볼일도 없을 사람한테는 씰데없이 친절하고 간도 종종 빼주지요.
천하의 바보짓인 거 지금 알면 뭐 합니꺼.
솔직히 받는 것은 당연했고 주는 일에는 인색했십니더.
월급 타면 뭐라도 사 주까 하다가 막상 내 손에 돈 생기면 내 것부터 챙겨지더라고요.
하하, 내 이기적인 면이 좀 있다는 거 인정합니더.
우선 나부터 챙기고, 다음에는 사회적 체면 땜시로 다른 사람부터 챙기고...그 아는 늘 뒷전이었네요.
그 사람은 다른 가시나들처럼 뭐 해달라, 뭐 사달라 보채는 법이 없었거든요.
내가 어렵게 살다봉깨 월급 손에 쥐어봤자 여기저기 땜질할 곳도 사실 많았십니더.
그 아는 그걸 아니까 나를 배려한 건데 나는 그저 안 챙기도 되는 아 취급했십니더.
변변한 선물 해 준 기억이 없네요.
오래오래 내 생각 떠올릴 물건도 남기지 못했으이 나를 더 빨리 잊을 거구만요.
생일,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엄청시리 많은 날들이 지나갔는데 나는 뭐했을꼬요.
밥 묵고, 술 묵고, 영화 한 편 때리고, 가끔 자러 가고 그라믄 다 아입니꺼?
고 쪼꼬만 가슴으로 뭔 생각이 오가는지 물어줬어야 했습니꺼?
지 없으면 못살 거라는 웃기는 사실을 그때 말했어야 했습니꺼?
그런데 사랑이 꼴랑 그런 시시껄렁한 말 속에 있다꼬요?
.........사실입니꺼?
마, 그렇다고 내가 그 아를 사랑하지 않은 거 아입니더.
뭐라까...
아지매들이 언제나 시댁 먼저 챙기고, 자기 친정은 소홀히 하는 심정하고 비슷하지요.
친정 식구들을 사랑 안해서 밀쳐 두었겠습니꺼, 내 피붙이라는 절대불변의 믿음이 시키는 일입니더.
인자 이런 말 소용도 없지만, 내가 암만 윽박질러도 그 아는 내 편인 줄 알았십니더.
내만 바라보고, 내가 헤어지자 해도 절대로 등 돌리지 않을 줄 알았십니더.
예? 얌체 도둑놈 심보요?
나는 내 맘대로 상처주면서 상대만 변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말이지요?

<젊은이들 앞에 놓인 술잔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떠들고 싸우고 우는.>
얼마 전부터 자주 싸웠지요.
허전하고 쓸쓸하다 하데요.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도 모리겠다고 하데요.
내가 막 짜증 냈어요.
쓸쓸하니 사랑이니 그런 골 아픈 소리 좀 하지 말라꼬 윽박질렀어요.
그 담부터는 말이 줄었습디다?
웃지만 간간히 생각에 잠기고, 짧은 말만 하지 속마음을 표현하지도 않데요.
나는 내가 잘 누질러 놨다고만 생각했지요. 하하.
나, 빙신이지요?
내가 제일 후회되는 거, 바로 그겁니더.
그 사람이 어떤 말이라도 나에게 다 쏟을 수 있게 못해 준 거요.
그랬으면, 그랬으면.
아지매!
여기 한 병 더 주소!
가마이 있자, 술 몇 병 안 쓰러졌는데 와 이리 내 가심이 무너지노.
아지매, 술에 약 탔십니꺼?
우와, 참말로 보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