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해방된 엄마
愛야
2008. 5. 12. 10:53
아들이 방금 수학여행을 떠났다.
제주행 비행기 타러 김해공항으로 갔다.
야호!!! 3박 4일 밥 안해도 된닷!
어제는 여행 가서 입을 면바지를 한 벌 사 달란다.
손잡고 메가마트에 갔다.
다정하게, 며칠 전에 절대로 안 싸운 척했다.
브랜드 베이지색 면바지가 일금 만원이었다.
원단과 디자인 대비 이게 웬 떡 싶었으나 쳇, 결정적으로 사이즈가 없었다.
너무나 날씬한 아들 허리에 맞는 28인치는 다 빠지고 없단다.
결국 매장 앞 매대의 것을 포기하고 정품을 샀다.
베이지색 바지 고르는 순간 아들이 옆 형광빛 흰 바지를 가리켰다.
아덜, 그건 담에 클럽 갈 때나 입는 거시여 했더니 판매원이 막 웃었다.
점심 먹자마자 설거지도 안하고 나갔건만 아들은 또 배 고프단다.
집을 코 앞에 두고 식당에서 밥 사 먹일 의향 없다.
바지 길이 수선되는 30분을 이용해 식품 매장 한 바퀴 돌았다.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빨면서 만두에 삼겹살에 물냉면에 짜장면에 다양하게 요기시켰다.
새 바지와 셔츠을 사 줘도 아들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형편없는 중간고사 성적표에 맥빠진 엄마를 위로해 주지 않았다.
자식은 언제나 그 존재만으로 부모에게 이리 당당할 수 있는지.
3박 4일 동안 아이에 관한 한 내 머리속 지우개를 작동시키리라.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