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폼 구긴

愛야 2008. 5. 20. 21:41

아침 출근길이다.

횡단보도에 당도하여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이

타야 할 버스의 모습이 저 멀리서 보인다.

마음이 조급하다.

내가 건너기 전에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가면 낭패다.

순간 초록불이 들어왔다.

아후, 다행이다.

몇 대 주루룩 선 제일 꽁무니에 내가 탈 버스가 있다.

뛸까? 뛰자, 탁탁탁 뛴다.

 

우지끈.

 아스팔트 움푹 파인 곳을 탁 디뎠다.

몸이 꼬꾸라지면서 왼쪽 발목이 팍 접혔다.

으으으 죽는 줄 알았다.

앞유리로 보이는 버스 기사와 앞자리 승객들도 같이 으앗 한다.

나를 두고 버스 떠날까 봐 얼른 급수습, 버스에 오른다.

목적지 도착하여 절뚝이며 걷는다.

아침햇살은 눈부시고 분수대 물줄기도 상쾌하다.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

 

점점 접힌 발목이 통통해진다.

안 그래도 객사의 기둥 같은 다리인데 양말이 졸린다.

부푼 복숭씨에 파스를 두 장 붙이고 생각한다.

허방을 디뎌 고꾸라지는 인생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진정 그만하고 싶다....

 

 

 **** 오늘 아침 컴터를 열고 뒤로 넘어갔습니다. 어제 "우지끈"까지 썼을 때 칭구가 전화를 했어요. 모니터 앞에 앉은 채 잠시 수다를 떨었지요. 수다 떠느라 글을 완성도 안했는데 마침 헌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어요. 당장 컴터 앞을 비켜 달라더군요, 지 게임힌다꼬. 전 주방으로 갔어요. 쓰다 만 글을  헌이가 "작성중"이란 제목으로, 그것도 공개로 떠억 등록까지 해놓은 줄 전 몰랐지요. 흐흐흐. 바보같은 헌이, 그대로 둬도 보관되는데...저 살아있어요. 다리만 좀 쩔뚝여요. 사건의 전말입니다. 미스테리하게 굴어서 재미있었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