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여름 군소리

愛야 2008. 7. 10. 09:41

드디어 수박을 먹기 시작한다.

세상이 점점 달아올라 몸 속의 열기를 잠 재우지 못하면 도리가 없다.

퇴근 후 수박 썰어 담아 둔 통을 끌어안고 온 세포가 셔언해질 때까지 먹는다.

배 부르다.

끄억, 밥 생각없다.

 

며칠동안 잠을 설쳤다.

터질 듯한 압박감에 두 번이나 오줌누러 일어났다.

이 짧은 여름밤, 그나마 늘 1시 넘겨 잠드는데

오줌 두 번 누고 나니 급기야 날이 샌다. 

뭔 수를 내야지 안되겠다.

 

수박으로 연명하기엔 수박값이 너무 비싸다.

허니랑 둘이 한번에 반 통 먹는다.

만원 주고 사면 이틀 버틸까 말까.

이런 속도로 행진하면 한 달 수박값만 십오 만원.

오줌값으론 출혈이 심하다.

오늘은 팥빙수 재료를 사왔다.

우유와 팥, 내일부터는 드르륵바드득 얼음을 갈거다.

공장 돌아가는 소리를 냄시로.

 

거리에 헐벗은 지지배들이 점점 늘어간다.

가련하다.

서민들은 가진 돈에 맞추어 옷을 사니 다 짧은 옷이다.

못먹어 다리들도 비쩍 마르다 못해 곯았다.

그러니 기운이 없어 머스마한테 쓰러질 듯 기대 걷는다.

 

어젠 더 힘겨운 커플을 보았다.

머스마보다 키 크고 덩치도 남 부럽지 않은 여자애를 머스마가 온몸으로 떠받치며 걸어간다.

내 아들이 내가 해 준 밥 먹고 나가 저리 힘들게 산다면...눈물이 앞을 가린다.

머스마들은 여름 한철 땡잡는다.

보드라운 지지배들의 맨살 어깨며 옆구리를 땀띠나게 휘감고 씨다듬는다.

청춘이다.

 

간혹 딸내미 옷 훔쳐입고 탈출한 듯한 아지매도 목격된다.

요즘은 유행이 나이불문, 연예인만 대담한 것이 아니다.

앞가슴이 많이 파진 티셔츠를 에라 모리겠다 나도 입었다.

가슴 골짜기가 보일동 말동,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다.

겹겹이 옷 입기엔 지구가 뜨겁고

무엇보다 이제 그리 입어도 아~무도 안 돌아본다는 사실!

젊음을 잃어가니 자유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