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군소리
드디어 수박을 먹기 시작한다. 세상이 점점 달아올라 몸 속의 열기를 잠 재우지 못하면 도리가 없다. 퇴근 후 수박 썰어 담아 둔 통을 끌어안고 온 세포가 셔언해질 때까지 먹는다. 배 부르다. 끄억, 밥 생각없다.
며칠동안 잠을 설쳤다. 터질 듯한 압박감에 두 번이나 오줌누러 일어났다. 이 짧은 여름밤, 그나마 늘 1시 넘겨 잠드는데 오줌 두 번 누고 나니 급기야 날이 샌다. 뭔 수를 내야지 안되겠다.
수박으로 연명하기엔 수박값이 너무 비싸다. 허니랑 둘이 한번에 반 통 먹는다. 만원 주고 사면 이틀 버틸까 말까. 이런 속도로 행진하면 한 달 수박값만 십오 만원. 오줌값으론 출혈이 심하다. |
오늘은 팥빙수 재료를 사왔다. 우유와 팥, 내일부터는 드르륵바드득 얼음을 갈거다. 공장 돌아가는 소리를 냄시로.
거리에 헐벗은 지지배들이 점점 늘어간다. 가련하다. 서민들은 가진 돈에 맞추어 옷을 사니 다 짧은 옷이다. 못먹어 다리들도 비쩍 마르다 못해 곯았다. 그러니 기운이 없어 머스마한테 쓰러질 듯 기대 걷는다.
어젠 더 힘겨운 커플을 보았다. 머스마보다 키 크고 덩치도 남 부럽지 않은 여자애를 머스마가 온몸으로 떠받치며 걸어간다. 내 아들이 내가 해 준 밥 먹고 나가 저리 힘들게 산다면...눈물이 앞을 가린다. 머스마들은 여름 한철 땡잡는다. 보드라운 지지배들의 맨살 어깨며 옆구리를 땀띠나게 휘감고 씨다듬는다. 청춘이다.
간혹 딸내미 옷 훔쳐입고 탈출한 듯한 아지매도 목격된다. 요즘은 유행이 나이불문, 연예인만 대담한 것이 아니다. 앞가슴이 많이 파진 티셔츠를 에라 모리겠다 나도 입었다. 가슴 골짜기가 보일동 말동,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다. 겹겹이 옷 입기엔 지구가 뜨겁고 무엇보다 이제 그리 입어도 아~무도 안 돌아본다는 사실! 젊음을 잃어가니 자유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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