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어제 몇 년만에 제 털코트를 깨깟이 씻어주신 건 고마운데요. 누님, 오늘은 저도 한 번 대들랍니다. 암만 가을이라지만 아침마다 제 앞에서 그리 드셔야 허냐고요.지난 번 고구마야 포도야, 햐아 그때 제가 견디느라 을마나 고충이 많았는지 모르시쥬? 고문 중에 식고문이 제일 더러티 한 거야요.
오늘 사과 몇 개쨉니까. 아까 허니가 남긴 사과도 슬쩍 하시고선 또 깎아 오셨네. 오죽 섭섭허믄 제가 입을 다 열겠습니까? 저, 오랑우탄이거든요.(아니, 고릴란가? 정체성 혼란 중임) 우리 종족이 사과, 버네너 요런 거에 목숨거는 거 아심시로 그러죠? 밤은 또 은제 슬쩍 삶으셨디야?
아님 차라리 돈을 주시든가요, 돈을! 뉘우스에 과일 풍년이라는데 저도 제 입맛대로 사먹어 볼랑게요. 누님 곁을 지킨 25년 동안 제게 해 준 게 뭐냐고요. 임금 25년치 솔찬을 틴디요. 이젠 허니까지 제 털에 땟궁물을 묻히니, 츠암.
아니, 이 시키가 엇다대고 삿대질이야? 어쭈구리, 대그빡 치켜들고 어깨 힘주면 우짤건데? 눈까리 바로 안 뜨냐?
야 헨리, 고도풍만한 네 얼굴을 쫌 봐라. 니 같으면 뭘 더 멕이고 싶겠냐? 어제밤에 또 라멘 끓여 묵고 잤제? 굶겨도 굶겨도 빠지지 않는 니 탓을 혀라, 임마야.
손 들엇! 동작 봐라, 빨리 얼릉 날래 속히 안 드나? 확, 바자회에 전시시킬라 하다가 세월을 생각해서 이쁜 누님이 참는 줄 알아! 그만 할 때까지 내리지 맛!
아후....내가 미쳤나벼. 한번 반항에 석달 열흘 요 자세. 누님 승질이 좀 더러버야지. 집을 나가든지 해야지 못 살겠다.
창밖이 저리 밝은데 바라만 보고, 이 거이 사는 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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