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詩

신경림 <눈>

愛야 2009. 4. 27. 12:57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었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