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愛야 2009. 12. 20. 08:27


언제나처럼 밤 1시 넘어 잠이 든다. 그런데도 밤새 뒤척대는 내 영혼. 의식이 가라앉지 않고 지푸라기처럼 가벼이 뜬다. 자면서도 나를 바라보고 바람소리를 듣고 시간을 가늠하고 텔레비젼을 켜고 끈다. 돌아눕고 또 돌아누워도 수면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다. 괴로워. 어제 저녁 밤바람에 산책을 갔던 탓일까. 그 산책길에서 여전히 앙가슴의 통증이 심했던 탓일까. 가슴뼈를 꾹 누르며 아후아후 비명을 질렀던 탓일까. 아무것도 잊어지지 않음을 확인하는 탓일까. 상처는 시간가면 아문다는 세간의 속설이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 탓일까. 어둡지만 푸르렀던 밤하늘을 너무 오래 바라보았던 탓일까.  

 

6시가 넘자 그만 일어난다. 화장실로 가 오줌을 눈다. 거울을 본다. 화장을 지우지도 않았구나, 핑크 립스틱으로 입술이 붉다. 짧은 앞머리는 부시시 선머슴애 같다. 안돼. 무슨일이 있어도 오늘은 푹 쉬어야 한다. 지난 주말도 쉬질 못했다. 주중의 한가한 날에는 밀린 개인적 일을 보느라 바빴다. 오늘은 아무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려야 한다. 그래야 또 일주일을 버틴다....하지만 저 빨래와 먼지들은? 두 사람이나 열 사람이나 생기는 집안일은 다 생긴다.

고요한 집. 아이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다가 멈춘다. 컴퓨터 엔진 소리와 자판의 또각대는 소리뿐. 이른 아침의 거리에선 차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집 앞 사우나에 가자, 가야겠다. 가서 42도라고 표시된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자. 물폭포도 맞자. 내려꽂히는 물줄기에 앙상한 어깻죽지 휘청하리라. 얼음 같을 냉탕에서는 스트레칭을 하여도 좋다, 헛둘헛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