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죽이기
#1. 포인세티아.
인터넷선을 살펴주러 온 총각이 다녀간 뒤 보니 이넘이 이래 되었다.
내 딴에는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한 귀퉁이로 옮겨 두었는데
그 총각은 하필 그 쪽 창문을 열고 닫으며 수선을 피웠다.
포인세티아.
내 집에서 6년 살았다.
화분에서 6년째 살고 있다니까 꽃집 아저씨도 놀라워 했다.
굵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고 회초리 같은 마른 몸에 작은 잎을 내밀곤 했다.
빨갛게 색깔을 만들려면 검정 비닐봉지를 시간 맞춰 씌웠다가 밖에 내놓았다가를 해야 한다니 나로선 불가능한 관리였다.
그러니 처음 사 올 때의 빨간 잎을 마지막으로 언제나 푸른 잎만 보여준 포인세티아.
한 줄기가 꺾였다고 죽기야 할까마는 뿌리가 흙 속에서 헐렁하게 흔들린다.
살아 준다면, 다시 푸른 잎 내밀어 준다면, 마음먹고 그 푸른 잎을 빨갛게 만들어 볼 텐데. 變色에는 고의성이 필요하다.
#2. 시클라멘
참 마음 아프게도 <물 주기 before와 after>이다.
분명 저토록 선연하고 생생했다.
꽃망울이 제법 달려 있어 계속 피고지고 할 것이었다.
어제 며칠 만에 흠뻑 물을 주었다.
오늘, 저 꼴이 되어 다 죽어버렸다. (뿌리는 살았는지 모르는데 확인도 안하고 버림)
내가 뭔 짓을 하였나?
모리겠다. ㅠㅠ
난 결코 아기자기 모드가 못된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했을 따름이다.
아들이 없어 시장보는 돈이 줄길래 대신 시클라멘 두 포트를 사들고 왔었다.
처음 며칠은 거실이 화안하였다.
하지만 며칠만에 시클라멘을 데쳐논 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면 나는 승질이 나서 꼭같은 종류의 화분을 또 사 올 게 뻔하다.
어쩌면 이 봄 내내 시클라멘을 색깔별로 다 사들일지도 모른다.
아까 마트에서 하얀 시클라멘을 보고 그 색깔에 혹하여 손이 나가려는 걸 참았었다.
하지만 내일은 안 참을지 모른다.
그러기 전에 서향 님! 한 수 갈쳐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