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
1.
어버이날 새북에 아들이 왔다가 잠만 자고 갔다.
5월 7일 밤 12시 넘겨 왔으니 당일 와서 당일 간 셈이다.
나 역시 내 어버이에게 가야 하니 밤늦게 오려면 그냥 오지 말아달라고 진심으로 만류했으나 안 먹혔다.
엄마, 카네이션 사 가까? 하고 답이 뻔한 하나마나한 문자를 날리더니 잠시 후
엄마, 택시비 들고 아파트 앞에 좀 나와 줘, 라고 이쁜 짓을 한다.
버스 끊어진 늦은 시간 도착할 거면서 할증 택시비도 없이 왔다.
며칠 전 어린이날에 생활비를 송금해 줬기에 돈 없지 않건만 엄마에게 꽃 살까라고 굳이 묻는다.
지 엄마 좋아하는 크래커라도 한 통 사들고 와야 예의 아닌가.
겨울 빨랫감을 선물처럼 한 가방 안겨 주더니 참치캔, 치약, 칫솔, 비누, 바디로션, 타월로 그 가방을 채워 간다.
시집간 딸처럼 집의 생필품에 침을 흘린다.
나, 흔쾌히 주었다.
왜냐하면, 다 내가 안 쓰는 것이므로, 흐흐.
참치캔 안 먹지, 치약 칫솔 여분 많지, 타월은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으로 두 장 주었다.
아들은 머리를 염색하였다.
초록색이라도 안 놀랄 작정이었기 때문에 저 정도 색은 양호하다.
할아버지 보셨다면 설교와 꾸중으로 2박 3일은 걸릴 일이다.
머잖아 나라의 부름에 답해야 하니 그 동안이나마 니 머리털 니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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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텅 비었던 집 문을 여니, 어두컴컴한 마루에 흰 꽃이 피어 있다.
나 없는 사이 저 홀로 피었다.
꽃 보는 일은 끝이라고 마음 접었었는데, 새 꽃망울 송알송알 여남은 개나 맺혔다.
몸을 열어 나를 위로하는 너, 참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