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에게
작은 몸에서 어쩜 그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나요?
온몸과 내장이 떨판이 되어 우는군요.
참 잘 부르십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평소 그대의 창법에 끌리지 않았답니다.
잘하는 줄은 알지만 좋아지지는 않더라는 말입니다.
과장된 소리랄까요.
너무 비장하니깐두루 도무지 가슴에 머물지 않더군요.
씩씩하게 튕겨져 나가 저 어디쯤에서 또 맹렬히 울려퍼져야만 되겠는.
그대의 노래 중 유일하게 따라부르는 것이 있다면 이 노래이네요. 특유의 부담 바이브레이션이 적고 그냥 내질러 주는군요. 좋습니다. 아, 가사도 꼭꼭 씹어 음미할 만합니다. 요즘의 노래들은 도통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저인지라.
나는 젖어드는 노래가 좋답니다.
그래야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 불 때, 내 속에서 평지풍파 소용돌이 칠 때
포시즌 애니타임 우리고 또 우려 먹지요.
ㅡㅡ퍼 온 사진 아닙니다, 제 꺼.
요즘은 어찌 지내시나요?
가수이십니까?
아직도 정치인이신가요?
머, 그런 개인의 인생역정은 알아서 잘 사실 테고
수요일은 아니지만 雨요일 비스무리하니
그대의 '장미'를 오백 원 주고 샀습니다.
희열에 가득찬 그대의 노래, 그러나 나는 왜 이리 텅 비는지 모르겠군요.
쥐고 있던 지폐를 한번도 펴보질 않아
이젠 너무 꼬깃거리고 헤실헤실 낡아서
펴 보는 그 순간 아무것도 아닌 싸구려 백지였음을 안, 알아야 하는
허망한 마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