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빈둥거린 며칠

愛야 2010. 9. 23. 12:13

 

#1.

명절을 맞아 모처럼 한 건 크게 했다.

추석 전날, 새로 밥을 지을려면 솥을 비워야 했기에 남은 밥을 전부 퍼내 누룽지로 변신시키는 중이었다.

밥이 토닥토닥 음향효과를 내자 불을 낮춘 후 나갈 준비를 하였다.

씻고, 바르고, 갈아 입고, 총총 밖으로 나갔다.

그때가 오후 3시 반.

그로부터 약 5시간 후 나는 돌아왔다.

어느집에서 타는 듯 꼬신 냄새가 계단까지 흘러나왔다.

흠, 이 명절에 웬 감자를 태우나...?

나는 손톱만큼의 의혹도 없이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가스렌지 위에서 아직도 누룽지가, 아니다 숯이 되어 있었다.

가스 소비하며 밥을 굳이 숯으로 만든 후 버린 기나긴 작업.

 

#2.

부산 비엔날레 중이다.

해변에 설치미술이 전시되었다기에 실쩌기 가 보았다.

음.....쩝....끙.....

무지몽매한 나 같은 시민의 눈이 심봉사 눈 뜨드끼 번쩍 뜨이게까지는 안 바란다.

하지만 고급한 문화적 맛을 보이려는 의도가 있다면 해변 한 모퉁이의 허술한 전시, 이것이 최선인지 모르겠다.

다만, 참여 작가들이 작가라면 혼신의 땀을 흘렸기를 굳게 믿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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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작품>보다 내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것은 차라리 이런 것들이다.

 

 너무 가까운 해변에서 드리운 낚시대. 정말 고기가 와서 물어줄까? 끝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는.

 

 헉, 전부 영어로 쓰인 책을 읽다니...영어 대따 잘하네...

 

 바다로 향한 돌격태세로 엎드린 보트들. 언제든 떠날 자세.

 

 

 

 

석양 속의 보트 선착대, 옹기종기 모인 비둘기떼, 나는 이런 것을 더 오래 바라본다.

입귀를 댕기며 실쩍 웃기까지 한다.

 

 

글쎄다.

저 악어며 황소대가리며 드러누운 번쩍이는 돼지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친절한 작품해설도 없고 고작 말뚝에 깨알같은 작품명, 작가명.

아이들이 작품 속에 들어가 마구 놀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주체측 부실관리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진화를 기대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