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몰락은 쉽다

愛야 2011. 3. 12. 22:24

 

 

 

얼마 전 DDOS 바이러스가 공습경보를 울렸다. 친절해진 정보통신부에서는 전용백신을 보내주었고, 아침 뉴스에선 안전모드로 부팅하는 법을 전국민 대상으로 방송하였다. 다행히 내 컴퓨터에는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대다수 인터넷망도 무사한 모양이었다. 백신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감시(!!)를 하며 업데이트를 시켜온 덕분이었다.

 

뉴스는 곧 훈훈한 결과도 알려주었다. 2년 전 공격보다 7배나 강력해진 넘이었지만 그 타격은 오히려 미미하였단다. 인터넷 산업의 발전과 백신개발의 성과라고 흐뭇해 하였다. 그런데, 안도하면서도 한편 모골이 송연해지는 건 왜일까.

 

때마침 북한은 금강산에 앉아 전자파를 교란하였다. 우리 정부는 군사시설 등 아무런 피해가 없었고 항공기 항로도 심각한 데미지가 없다고 자뻑하였다. 그러나 전자戰이란 단어는 이미 입에 올렸다. 전자총을 들고 산과 들을 누비며 피용피용 쏘는 게 아니라, 상대국 전자망을 몇 가닥 건드리는 것만으로 戰의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퍼바이러스가 꼭 인간세상에만 해당할 리가 없다. 자연치유를 기다리지 못한 조급한 약물개발, 그에 따른 무차별 남용, 과용이 수퍼바이러스라는 변종을 만들지 않았던가. 바이러스와 인간이 극복의지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내기한다면, 머잖아 700배, 7000배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번 구르기 시작한 악순환은 멈출 지점을 모른다. 설령 안다해도 도리가 없다. 어차피 멈추어도 다 잃을 것이고, 그럴 바엔 종점까지 가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그 사이 묘책이 나타나기만 바랄 뿐이다.

 

그 종점이란 결국 어딘가. 승리? 정복? 글쎄다. 흔쾌히 대답이 안 나온다. 神이 와도 어쩌지 못하는 세상이라 해도 그것은 인간들 스스로 걸어들어간 함정 같은 것이다. 첨단으로 무장하면 할수록 어쩌면 무찌르기가 간단할지 모른다. 점점 자연적 인간성이나 정신과 사고(思考)는 사라지고, 그것이 없는 세상은 참으로 몰락이 쉽지 않겠는가.

 

바이러스를 더 강하게 무장시킨다 해도 이젠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자료와 기록과 소통을 컴퓨터에게 맡겨두는 한 인터넷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이 소련의 핵공격으로부터 정부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인터넷. 그러나 이젠 스스로 엄청난 몸집을 가진 채 끝을 모르고 오직 첨단을 향해 간다. 우리는 과연 어느 포인트부터 단순하게 살 것인가.

 

안철수,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