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본능대로

愛야 2011. 6. 21. 11:05

 

 

1.

월요일 아침, 도심은 변함없이 정체가 심했다.

그러지 않아도 시간이 늦건만, 내릴 버스 정류소를 코앞에 두고 버스는 하염없이 서 있다.

이럴 때는 교툥법규를 무시하는 기사아자씨가 땡큐인데, 대충 내려주고 말이다.

 

"이 카드는 이미 처리된 카드입니다."라고 교통카드 찍는 기계가 말했다.

어떤 환승하려는 승객이 나처럼 조급한 마음에 교통카드를 두 번 가져다 대나 보다.

그런데 1초 후 또 똑같은 멘트가 나온다.

세 번째 연이어 나올 때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아이고 시끄러라 싶어 돌아보았다.

한 여자가 카드 기계가 매달린 버스 기둥에 기대 서서 전화를 계속 하는 중이었다.

여자의 엉덩이가 기계를 누지르고 있다.

그녀의 교통카드가 기계에 감지되는지 카드 기계가 연발하고 있건만 여자는 굳세게 무신경하다.

멘트를 바꿔주고 싶었다.

"이 궁딩이는 이미 처리된 궁딩이입니다."

 

2.

햇살이 남아 있을 때 퇴근하여 저녁을 먹자마자 그대로 졸도를 했다.

9시 뉘우스도 시작하기 전, 이렇게 혼을 놓고 죽어버린 적이 얼마 만인가.

나는 아직 선풍기도 꺼내지 않았고, 여적지 도톰한 봄이불을 포옥 덮고 자는데

낮 잠시 덥다고 그런지 어제는 정말 많이 피곤하였다.

여름.... 오고야 말겠지.

 

3.

얼마 전, 이웃 블러거께서 포스팅한 맛깔스런 요리를 보고, 다 나 같은 불량주부인 줄 알았는데 울컥 배반감을 느꼈다.

그날 퇴근길에 들린 시장에는 열무가 많이 났었다.

보드라운 열무를 보자, 불현듯 나으 주부본능이 슬그머니 잠을 깼다.

3000원에 한 단을 사 와설랑 하루를 팽개쳐 두었다가 담날 밤에 다듬었다.

묶인 단을 풀자 살아난 열무의 양에 놀라서 우두커니 보고있다 밀쳐두었다.

그 밤을 또 보내고 이튿날 아침에 씻고 절였다.

모두 다 물김치를 담갔다가 한방에 실패하면 우짜나 싶어 소심하게 반씩 나누어 담갔다.

물김치와 빨간 김치.

물김치에는 칠성 사이다를 넣어주는 센쑤도 내 마음대로 발휘했다.

그런데!!

너무 맛있게 익었다, 두 종류 다. 우히히.

 

그래서 고무된 나는 오늘 또 열무를 사러 가야겠다.

잘 자고 잘 먹고, 나날이 이상하게 바지는 줄어들고, 역시 본능은 무셔븐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