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전화

愛야 2011. 7. 3. 11:38

 

정리하려고 개켜 발치께 둔 이불을 잠결에 끌어댕겨 덮는다.
날씨가 이리 변덕스러워서야 적응하고 살겠나.
이제 막 여름에 길들어 땀도 좀 흘리고 양산도 잘 챙기기 시작했고만.
아님 기온에 즉각 반응하는 내 변온체질이 문제인지.
잔뜩 흐린 아침이 오소소 소름 올라올 만큼 썰렁하다.

벨 소리에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으며 늦잠을 깼다.
잠 눈에 깨알 같은 액정글자는 보이지 않아 뉘신지도 모르겠고, 몽롱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했다.
어랏, 아덜이다. ㅎㅎ
군바리가 이 아침부터 웬일...하고 보니 벌써 아침 9시이었다.

7월 1일자로 진급하여 일병이 되었단다.

4박 5일 유격훈련을 거의 우중에 강행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아무 탈 없이 마치고 돌아왔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몸살이나 감기도 않고 발도 물집 없이 멀쩡하다고, 투정 않는 자신의 몸이 서운한 듯 히히 웃는다.
다만, 전투복을 내내 젖은 채로 입고 있었더니 팔에 뭔가가 돋고 접히는 부분이 가렵고 쓰리단다.
마침 며칠 전 아들에게 연고와 모기약 등 몇 가지를 보냈기에 월요일 소포 받으면 바르라고 했다.
진작 보내야 했는데 미적대다 늦어졌었다.
그랬더라면 유격에서 돌아와 바로 약을 바를 수 있었을 텐데...

아들은 7월 중순에 나올 짧은 첫 휴가를(4박 5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먼 길 오고 가는 날 빼면 별 볼일도 없지만, 제 생일을 끼워 나올 수 있어 마침 잘 되었다.
뭐가 먹고 싶으냐 했더니 싱싱한 고등어구이가 묵고잡다고 했다.

요즘 고등어 비싼 줄은 또 어찌 알았으까.

 

생선 맛을 그리워할 줄 아는 바다놈.
60키로도 안 되는 작은 몸을 가지고 잘 지내줘서 장하다는 말 밖에 엄마는 할 수가 없다.

 

 

 

 



In My Dreamy Inf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