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세상일

愛야 2011. 10. 23. 18:19

 

 

1.

멸치 육수 낸다고 얹어둔 냄비의 물이 다 졸아서 반 컵이나 될까 남았다. 완전 엑기스로 졸이는구나. 다시 물 붓는다. 두 번째다. 이젠 주변을 안 떠나고 지키기 위해 마루의 컴퓨터를 <할 수 없이> 켜고 블로그 질이다. 안방의 바보상자는 왜 바보같이 혼자 떠들고 있는지, 알아서 조용히 할 줄 모리나.

 

2.

바보상자는 바보처럼 굴 때 제구실을 하는 셈이다. 가령, 온 국민이 다 서울시민이 되어 서울시장을 뽑느라 할퀴고 물어뜯고 파헤치고 침 튀기고 블루스를 춘다든지.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는 자 뉘기더냐. 나경원 후보가 나오면 뚜껑부터 열리는 친구에게, 아이고 그냥 봐라, 욕은 와 하노, 어느 노선이든 잘하는 점도 있고 글러먹은 점도 있는 거 아이가 했다가, 도대체 정신이 우찌된 아지매 취급만 당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곧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무슨 일을 하건 잘 보고, 상대의 사람은 무슨 일을 하건 깎아내리기에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단점을 지적하면 마치 생각이 모자라는 자로 몰아붙이며 상대편 노선이냐고 따진다. 지지는 하지만 그 후보가 가진 안타까운 단점이 눈에 보이니 보완의 소망에서 하는 선의의 지적조차 용납지 않으려 한다.

 

얼마나 경도된 태도들인가. 이런 사람과의 토론은 비록 같은 사람을 지지한다 할지라도 5초 만에 싸움으로 변해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완전한 진보나 보수가 어디 있나. 진보도 보수 속에서 태어나 자라났고 보수도 돌아보면 나름 진보하여 여기까지 왔다. 은연중 서로의 사상들은 서로에게 공헌한 바가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진보라고 무조건 옳고 보수라고 깡그리 틀려먹은 건 아니라는 말이다.

 

선택과 지지를 받는 방법은, 상대를 무너뜨려 가능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잘 쌓아가는 방법으로도 가능하지 않은가. 오직 상대의 비리에서 내 성공의 해법을 찾으려 해선 참 발전이 없는 것이다. 요즘은 백성들도 눈이 밝다는 걸 정치인들만 모르는 게 아닐까.

 

상대를 짓밟지 않는 것과 지지한다는 건 다르다. 헐뜯기와 반박이 다르듯이 말이다. 상대의 온갖 먼지를 터느라 그 좋은 머리통들을 단체로 굴릴 게 아니라 자신부터 겸손히 분석해서, 그레이드 업을 해야 하지 않나. 그 앞서 정치인들은 자아도취 내지 자신에의 과대평가부터 해결할 일이다.

 

친구가 너는 그럼 회색주의냐 하였다. 아니, 나는 인간주의야.

 

3.

하지만, 세상은 전부 내가 모르게 돌아간다. 바쁠 땐 조바심 나게 안 끓던 물도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내 등뒤에서 순식간에 끓어올라 넘치기까지 하지 않는가. (쫓아가서 가스불 쥐기고 왔다.) 그럼 실쩍 바래볼까나. 진정한 <궁민>을 위한 정치도 어느 날 나 모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거라공. 

 

4.

날씨는 선선하고 좋다. 가장 완벽한 계절은 가을이다. 청량함과 푸름과 단풍과 꽃과 그리고 <열매>까지. 선거하기 딱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