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마 마음도 갈대.
지역번호 033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뜨면 나는 번개처럼 전화를 받는다. 아덜! 엄마. 엄청시리 춥지? 감기 안 들었나? 어, 아직 괜찮다. 영하 20도는 예사네, 엄마 타이즈 좀 보내줘. 타이즈!! 아니 군인이 섹쉬한 민간인 내의 입어도 돼? 그럼, 돼. 아이구 그럼 진작 말하징, 당장 사서 보내줄게, 또 뭐 필요해?
당장은 아니고 며칠 후 보냈다. 기모타이즈와 보통 타이즈 각 2벌, 로션, 스킨, 오트밀 바디로션, 강력보습의 핸드크림, 치약 2개, 우표 30장 그리고 남은 공간을 몽쉘통통 2박스와 양갱 세 통으로 채웠더니 제법 무거웠다.
며칠 후 잘 받았다는 전화가 왔다. 너무나 외로운 아들은 "나 제대하면 바로 연애할 거다."라는 결심을 엄마에게 발표했다. 제대하면 바로 효도할게 혹은 바로 공부에 매진하여 장학금 받을게도 아니고? 아, 나는 또 무슨 불가능한 기대를 가졌단 말이냐. 도대체 나라에서 군인들 정신 하나 정립시키지 못하다닛. 덧붙여, "나 요새 아이유 하나 보고 산다." 한다. '아이유?" "응, 너무 귀엽당."
아들은 입대 전까지 이민정이라는 탤런트 사진을 컴터 바탕화면에 깔아 두었었다. 나는 부팅하며 이민정을 지겹도록 공유하다가 입대 후 컴터가 온전한 내 차지가 되자 사진을 확 바꾸었었다. 그랬던 녀석이 이제 귀여운 아이유 하나 보고 산단다. 머스마 마음이 이리 휘까닥 바껴도 되나. 어차피 돌아오는 대답 없기론 이민정이나 아이유나 마찬가진데 말이다.
하긴 녀석은 늘 귀여운 것을 관점의 포인트로 삼곤 했다. 아기는 물론이거니와 주름투성이 강쉐이, 떵개, 진돗개, 큰 덩치의 허스키도 귀엽고 소, 돼지, 심지어 뱀도 귀엽당이다. 여자도 당연 귀여운 여자에 뻑이 가는 것이다.
새해에 20살이 될 아이유. 내가 봐도 코 납작하고 노래 잘하는 그녀가 귀엽긴 하다. 제대하자마자 양심도 없이 아이유 닮은 여자애에게 장가 가겠다고 할까봐 걱정이지만 사랑에 무심하지 않은 것이 고맙다. 녀석이 다음에 지 새끼 물고 빨 때, 자신을 물고 빨았던 엄마가 찰라라도 생각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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