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시스터>를 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소년>을 연상시키는 영화였다. 하지만 <자전거...>보다는 스토리 얼개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의 주인공이 소년일 경우, 그들은 대개 조숙하다. 겉으로 슬퍼하지 않는 그들은, 어른처럼 구는 그들은, 때때로 위악적인 그들은 그러나 아이들일 뿐이다. 너무나 사랑받고 싶고, 내 곁의 가족을 잃을까 봐 두려워 본능적으로 몸을 떠는 여린 존재다. 시즌이 끝나 모두 떠나버린 텅 빈 스키장에서 혼자 밤을 새운 시몽이 언덕을 달려 내려가며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를 때, 느닷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 장면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아이들이 슬픈 건 모두 어른 탓이다.
#2.
내가 여름 동안 무기력증으로 틀어박혀 지낸 반면, 수확을 이룬 이들도 많다. 언니의 딸인 조카딸은 첫 시집을 냈다. 등단한 지 몇 해 되었으니 늦은 편이다.

조카딸은 내가 대학생일 때 태어났는데, 우리 집에선 나 이후 20여 년 만의 새 생명인 셈이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그만 2.5키로짜리 존재에게 영혼을 빼앗겼다. 언니도 아기도 워낙 허약해서 우리 집에서 거의 키우다시피 하였다. 나는 난생처음 똥 기저귀를 현실에서 목격하였다. 밤낮을 바꾸어 울어대는 녀석과, 아버지의 예민한 육아 잔소리는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얼릉 커라, 얼릉 커서 이모라고 좀 불러 봐라. 젖내 나는 발음으로 이모라고 불리고 싶어 갓난아기를 채근하였다. 쳇, 이모라고 불려도 세상이 달콤해지진 않았다. 이모라고 부르며 걸어 다니기 시작하자 저지레의 영역만 넓어졌을 뿐이었다. 하하, 아기의 권력은 무시무시하였다.
그러더니 시인이 되고 시집을 냈다. 나는, 표지 이뿐 걸로 하지, 하필 얼굴에 때 묻혀 놓고.... 했다. 조카가, <문학과지성>은 전통적으로 ㅇㅇㅇ 선생의 캐리커쳐만 써야 해서요 한다.
외로운 녀석, 모쪼록 죽을 때까지 정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