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가 필요했다.
주방 서랍에서 드라이버를 찾아냈다.
그런데 하필 십자드라이버였다.
내가 필요한 건 일자드라이버였다.
내일 낮에 일 보러 나갈 때 철물점 들러 사야겠다고 머릿속에 초강력 본드로 입력한 후 잤다.
과연 다음날인 어제, 나는 잊지 않고 철물점에 들렀다.
아저씨 일자드라이버 주세요.
드라이버요? 여기 있습니다. 십자 쪽으로 되어 있네요. 빼면 일자 날이 있어 반대로 꽂으면 됩니다.
예? 반대로 꽂으면? (3초 멍~~) 그러면 우리 집 것도... 그렇겠네요....
아마 그럴걸요. 가서 보고 다시 오세요.
아저씨가 웃었다.
곁에 서 있던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도 싱긋 웃는 걸 보니 나 빼고 다 안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집으로 달려가 확인하고 싶어 염통이 다 근질거렸다.
하지만 일 때문에 나가던 차라 꾹 참아야만 했다.
일 마치고는 아까의 그 조바심을 다 잊어 이마트 찍고 집으로 왔다.
싱크대 위의 드라이버를 보는 순간 아 참, 드라이버.
나는 드라이버의 손잡이를 쑥 뽑았다.
오머오머오머, 반대편의 일자 날이 손잡이 속에서 나왔다!
드라이버값 이천 원 굳었다.
이 나이 먹도록 드라이버의 이중생활을 나 혼자 모르다니.
이 나이 먹고 이제야 그걸 알다니, 그래서 놀라는 꼬라쥬라니.
씁쓸했다.
내가 손에 쥐고서도 뽑아보지 못한 드라이버의 저 끝은 얼마나 부기지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