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축제

愛야 2012. 10. 26. 22:24

 

#1.

불꽃축제 준비로 광안대교를 통제하는가벼.

설치 작업한다나.

컨테이너처럼 크고 긴 차들이 모두 좁은 도로로 기어나와 길이 엄청나게 막혀.

 

해마다 불꽃축제 날이면 천지개벽하는 폭음을 들으며 묵묵히 저녁밥을 먹곤 했지.

아직 한 번도 그 현장엘 가 보지 않았네.

참 나도 어지간해.ㅎㅎ

밟혀 돌아가실 뻔했다든가, 지하철 못 타 걸어 집에 오니 새벽 2시라든가 따위의 흉흉한 소감이 아니더라도

나는 도무지 축제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야.

 

밤하늘의 불꽃은 늘 그랬던 것처럼 아름답겠지.

그리고 곧 허망할 테지.

아니, 소고기 행님처럼 말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불꽃, 보면 머하겠노.

 

#2.

밀리는 도로의 버스 안은 너무 무덥고 답답했어.

내 옆자리가 비자 뒤에 서 있던 아줌마가 날쌔게 앉네.

그리곤 바로 스마트폰 기본자세로 고개를 수그려.

잠시 후 어쩐지 안면 있는 음향이 옆에서 들리데.

슬쩍 보니 이 아줌마 애니팡 삼매경이라.

오우, 점수는 7,000점대!

비슷한 연배인데 이 아줌마는 나와는 다르게 손이 빠르고 눈도 핑핑 잘 도나 봐.

 

나는 처음에 1,200점을 게우 넘겼었다지.

이 국민게임 해 보라며 스마트폰을 건넸던 친구가 헹 비웃었어.

"니는 좀 나을랑가 했더니 마찬가지네."

그래도 나는 기죽지 않고 일취월장, 곧 5,000점을 넘는 경이로운 기록도 남겼다는 거 아니겠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

고스톱도 못 치는 나, 완전 게임 지진아거든.

나는 5,000점 이상을 찍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테야.

뭐? 십만 점? 그게 잉간이야?

일 년 누적점수겠지?

 

옆 아줌마의 다음 점수는 애석하게 2,000점대였어.

아이구, 저 진지하게 좌절하는 표정 보라지.

발도 슬쩍 구르며 애통해 죽을라 하네.

다시 시작, 이번에는 기필코, 결의를 미간에 새기고 무아지경으로 들어가시는구나.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하나의 찬스라도 놓칠세라 1초를 황금같이 해.

일분 단위로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는 애니팡.

내가 해 보니, 가장 단순한 반복이 가장 초강력 중독성을 갖더라구.

 

옆자리 아줌마가 다시 7,000점대를 넘기는 걸 보고 나는 버스에서 내렸어.

부디 가는 동안 일만 점을 통과하여 버스를 들썩이게 하시라.

밤 새우지는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