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용돈

愛야 2013. 5. 5. 12:25

 

 

 

금요일 저녁 무렵 전화가 울렸다.

 

아덜, 웬일이야?

어, 그냥 했어, 뭔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저녁 먹었니?

어, 지금 먹고 나오는 길이야, 엄마는?

엄마는 이제 집에 가는 길이지.

집에 가서 저녁 챙겨 드세요.

너, 돈 없어서 우찌 사노?

괜찮아, 견딜 만해.

 

헌아, 일요일 송금하는 날이지만 오늘 저녁에 보낼게.

어, 벌써 날이 그래 되었나? 나 괜찮다 엄마.

내일 주말인데 돈 없어 손가락 졸졸 빠는 청춘이면 되겠나.

크크, 알써요.

그라고 너, 담배 끊어 잉간아, 돈을 왜 불살라 없애냐.

헉, 지금 피는 거 보이나?

 

지난 4월 녀석은 한 달 용돈을 10일만에 소진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휴대폰 값이 마지막으로 훅 빠지고 나니 거의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이번엔 눈을 감고 모른 척했다.

중간에 보충 주유해 주는 인자한 엄마는 3월로 끝이야, 얌마.

대신 용돈을 두 번으로 나누어 주기로 했다.

5일, 20일 보내면 휴대폰 요금 빠지는 22일 큰 지장은 없으리라.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컴터를 열어 녀석의 계좌를 보니 푸헐헐 거금 86원이 남아 있었다.

그 상태로 근 열흘 살고 있다니 신기하도다.

허기사 기숙사에서 재워주겠다, 밥 주겠다, 최소한 생존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담배는 우뚜케 피지?

담배 구걸하나?

송금을 한 후 아들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계획적 지출에 대한 자상한 잔소리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아들 목소리 뒤가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다.

 

어디냐?

술집, 科 동기모임이 있어서.

너 돈도 없는 주제에 빈대로 갔니?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엄마가 송금했네, 뭐.ㅎㅎㅎ( 친절한 SNS 알리미 )

 

송금은 1분 전이었는데, 녀석은 벌써 술집에 앉아 있다?

안부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녀석의 전화는 입금을 위한 전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아무래도 나는 낚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