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을 때 분기탱천했던 한 사람이다.
공휴일이 아니었을 뿐 한글날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국가가 앞장서서 홀대하였음은 분명했지 뭔가.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분이 풀린 듯 기쁘다.
올해는 순결한 내 머리로 외우기도 좋아라, 567돌.

수목원 장미밭이다.
멀리서 보니 짙고 옅은 분홍들이 온통 피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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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다.
혹독한 가뭄과 더위에 이런 몰골이 되었을까.
장미밭 전체 돌림병이 들었을까.
줄기와 잎은 괜찮아 보이는데 꽃잎들만 처참하다.
피면서 연방 구멍 숭숭하고, 다 피지도 못하고 마르는 중이다.
어찌 관리하면 이렇게 되는지 공원 관계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저절로 자라 아름답게 피기 바란다면 야생화만 심을 일이다.

우리글도 꽃과 다르지 않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고맙게 가꿀 것.
무관심하거나, 보호하지 않거나, 뜻도 알 수 없는 변종어를 끊임없이 만든다면
언젠가는 출발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꽃 중의 꽃, 장미밭을 가진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