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 양파, 호박, 햄 그리고 김치를 잘게 썬다. 눈치채셨듯이 목표는 김치 볶음밥이다. 나는 김치 볶음밥을 자주 만들지 않는다. 그냥 밥과 김치를 먹는다. 아이가 있을 땐 종종 했었다. 아이에겐 별미인 척 생색을 내었지만, 사실은 반찬 만들기 성가셔 그랬다.
지난번 담갔던 김치가 모.처.럼. 맛있게 되어서 부지런히 먹었더니 벌써 바닥이 났다. 마지막 남은 것으로는 찌개와 볶음밥도 만들어야 김치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나. 심혈을 기울여 총총 써는 소리뿐 아침나절 집은 조용하다. 나는 이미 아점을 먹었고, 그렇다면 이 볶음밥은 저녁에 먹어야 하는데 왜 벌써 만들고 있는지 웃긴다. 마음 내키는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실행이 가능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정작 저녁이 되었을 때 귀차니즘과 타협하고 빵을 선택할 테니까. 야채와 김치를 들기름에 들들 볶다가 밥을 넣고 마저 뒤적인다. 맛있다. 김치 볶음밥을 락앤락에 담아 냉장고에 밀어 넣는다. 따끈하게 만들어 결국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건 개그다.
그때, 꼭 여며진 창밖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의성어 그대로 휘이잉 한다. 일종의 신호 같은 것. 아, 겨울이로구나, 정말 겨울이로구나. 저런 바람소리는 겨울이어야 들리는 소리이다. 창은 닫혀있어야 제격이고 바람은 세상을 훑고 간다. 겨울을 떠다니는 그런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