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비바람이 자발스러웠다.
자정이 넘도록 창문을 두드렸다.
봄으로 가는 댓가치곤 좀 거칠더구만.

며칠 전 눈부시던 매화는 단박에 결정타를 입고

몰골이 이러코롬 되었더라, 오늘 오후 2시.
벌이 탐할 겨를도 없고, 무르익어 스스로 낙화한 것도 아니라
초여름 단단한 열매는 물 건너 갔을 거이다.

하지만 대범하게 말하자면, 그런 나무는 그런 나무고
또 다른 나무는 얼마나 눈부시더냐고, 오늘 오후 2시.

하얀 목련이 아니라 <별목련>이 벌어지고 있더란 말이지.
무셔븐 자주빛 자목련이 아니라 연한 인디핑크 별목련이라네.
어제밤 비바람에 얼매나 용을 썼는지 이파리 너저분히 떨어뜨리지 않고 꼭 앙물고 있더라고.
그런 거시야.
지는 놈은 지는 거시고 피는 놈은 피는 거시야.

<덜꿩나무>도 열매인지 꽃인지 모를 알갱이를 품고 두 귀를 살풋 열었더라고.
저 한 알 한 알 다 2014년産 봄이려나?

장미 꽃밭에서 더부살이 중인 이 꽃 좀 봐라.
장미는 아직 시작도 않는데 너희는 꽃까지 피운 거여.
눈 씻고 봐야 보이니 너 참 귀하다.
늘상 말하지만 나는 큰 꽃보다 코딱지 같은 꽃이 좋아.
전문용어로 쪼짠한 꽃.
갸들은 질 때도 한깔끔하자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니까.
온 땅을 구불며 존재를 흩날리지는 않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