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Merry 추석!!

愛야 2016. 9. 13. 10:27

 

 

#1.

지진이 온 나라를 흔들고 지나간 후

깊은 밤에 나는 염색을 했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흰 뿌리, 너는 용서 못 해.

사과나무 심겠다던 스피노자를 이해하였다.

 

#2.

제사도 없고, 모시고 사는 어른도 없으니 명절이라고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외동 아덜놈이 내려오면 먹일 반찬만 있으면 된다.

그거야 냉동고에서 줄지 않고 있는 재료들만 털어도 일주일은 먹일 수 있다.

내일 푸성귀만 좀 사면 될 것이다.

하긴 푸성귀는 아덜보다 내 몫이 될 확률 100%다.

 

직업을 가지고 일할 때는 명절의 긴 휴일이 좋았다.

출근 스트레스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나니 해방감에 행복하기조차 했다.

이제는 그날이 그날이다.

그렇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3

내가 찾던 푸른색 머그컵을 발견했다.

두 개 샀다.

푸른색을 좋아하지 않지만, 빈티지 블루, 톤다운 된 블루에 꽂혔다.

얼른 집에 가 컵 가득 커피를 마셔야지, 이 우울한 기쁨.

 

#4.

추석 즐겁게 지내세요.

배탈 나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