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말 아님

봄 감기

愛야 2018. 4. 4. 18:03

#1

돌이켜 생각해 보면 봄은 언제나 불안하였다.

난 봄이 싫어, 하고 평생 말하였던 근간은 불안이었다.

깊은 겨울의 평화를 이제 반납해야 한다.

원색의 꽃들이 떼 지어 피고 또 지고, 더 이상 뜨겁디뜨거운 차를 마시지 않는다.

곧 창문도 열어젖힐 테지.

 

그렇다고 불안은 왜.

기우뚱거리는 돌을 딛고 선 듯하다.

큰 흉터를 겨우내 잘 감추었다가 조금씩 드러내야만 하는 그 경계의 심정.

내 흉터를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는데.

해마다 봄은 그러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지나갔다.

올해도 그러하기를.

 

#2

약간의 두통.

약간의 관절통.

약간의 소화불량.

오늘 저녁은 굶어야겠다, 붕 떠오르게 몸을 가벼이 하고 싶어.

아무래도 떠오르기에는 무리겠지?

 

#3

양말을 벗었다.

맨발에 닿는 바닥의 감촉이 눅눅하다.

지겨운 비 탓이야.

보일러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벌써 이러면 장마철엔 어쩌누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