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Dreams
주변에서 여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밝고 활달한 성격이 많았다.
그리고 얼라들도 대체로 여름을 좋아하더라고.
바닥에서 물줄기가 뿜어지자 좋아 자지러진다.
신발도 벗었는데, 물 안 젖게 멀찍이 둔 게 아니라 바로 옆에다 팽개쳐서 신발까지 홈빡이다.
그럴거면 왜 신발을 벗었는지 모르겠다. ㅎㅎㅎㅎㅎ
형아 누나들 날뛰는 모습을 관람하는 아기.
애들 따라 고개를 이쪽 저쪽 움직이며 부러운지 다리만 찰방찰방 흔든다.
번개처럼 뛰쳐나갈까 봐 엄마는 아기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그동안 공원은 연두였다.
이제는 연두가 짙어 초록, 눈부시다.
어느 나무 주변을 한 남자가 얼쩡거린다.
지나치며 얼핏 보니, 무엇인가 열매를 따고 있었다.
봉지에 반 정도 차게 제법 많이 땄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나무 명패를 보았다.
뜰보리수 나무.
나무에는 빨갛고 노란 열매들이 사랑스럽게 달려 있었다.
"아저씨, 그거 왜 따시는 거예요?"
"아, (웃으며) 술 담가 보려고요."
"따지 마세요."
"예? 아니, 지나가는 사람 다 따던데 멀..."
"누가 다 땁디까, 여러 사람 이쁘게 보는 건데요. 따지 마세요."
남자는 궁시렁거리며 따기를 멈추고 갔다.
공공장소에서 미운짓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한 적 처음이다.
아 저런 사람 증말 싫다!
자기집 나무도 아닌 수목원 열매를 왜 막 따 가냐고.
주변에 보리수 나무가 여러 그루라면 인심이라도 쓰겠지만 딱 한 그루 그걸 막 딴다, 빨갛게 익은 알만 골라서.
고작 그너무 술 담그겠다고.
하지만 머잖아 사람들의 손에 열매가 다 사라지겠지.
늦은 민들레는 제 마지막 흔적을 햇살과 바람에게 뜯기고 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저 순간이 슬프다.
차라리 다 날아가고 꽃대만 남은 꼴은 암시랑도 않은데, 흩어지는 찰나의 모습은 츠암 쓸쓸혀.
내가 좋아하는 프렌치 라벤더.
너무 코믹하고 귀엽다.
두 귀 쫑긋한 초원의 짐승 같어. (망구 내 생각)
식물이 동물을 닮은 이상한 꽃.
그래서 라벤더 보면 실실 웃는 더 이상한 아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