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그림자
愛야
2018. 10. 26. 19:45
냉장고로 가려다가 우뚝 멈추었다.
처음 보는 액자가 벽에 나타났다.
놀라 뒤돌아보았다.
액자가 나타난 벽면의 맞은편에는 부엌 창이 있고, 저 액자는 그러니까 창틀에 올려놓은 작은 화분의 실루엣이었다.
햇빛이 우연히 창밖 어느 곳 유리에 튕겨 다시 내 집 부엌 창문으로 꺾였겠지.
튕겨낸 유리의 각도, 해의 고도, 시각, 계절,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진 순간 창은 액자가 되어 나타났던 거야.
똑같은 그림은 다시는 조합되지 않을 테지.
그런데 이 아득하고 철학적인 느낌은 뭐람.
지켜보는 사이 액자는 조금씩 폭이 줄어들며 희미해져 갔다.
해의 이동으로 액자는 다시 벽이 되었다.
찰나의 허상이 즐거웠던 이유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