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말 아님
누룽지 효과
愛야
2022. 1. 5. 16:35
오랜만에 누룽지 제조에 들어갔다.
오옷!!
이런 완벽한 자태를 봤나!!
비법을 굳이 말하라시면 건망증이라고 밖에.
웍에 쌀을 안치고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넓게 웍 옆면에까지 고루 펴준다.
가장 약불로 낮춘 후, 커피 한 잔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티비 보며 까맣게 잊었다가, 어느 순간 오마나! 하며 누룽지의 존재를 화들짝 깨닫는다.
뛰쳐나온 거실에는 아슬아슬한 연기가 뿌옇다.
절묘한 타이밍이여, 평생 갈고닦은 동물적 감각 아니겠는가.
집에 불 내지 않고 여태 살아남은 것 보면 말이다.
하지만 다 아시디시피, 대부분의 경우는 불행하게도 이러하다.
절묘한 타이밍이나 동물적 감각은 개뿔.
누룽지 며칠 후의 돈가스 참상이다.
누룽지로 쓸데없이 고무된 자만심이 빚은 아까븐 숯덩이여.
가스불에 뭘 얹어놓고는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하는 만고의 진리를 어긴 대가다.
새해부터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면 탄내가 2박 3일 은은하게 나를 반겼다.
흔적은 언제나 참 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