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記 23, 숙제였을까
2022. 3. 23. 수
어제 저녁,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주말에는 비가 온다 하더라, 내일 다녀가거라.
네, 그럴게요.
그때부터였다, 멈추지 않고 눈물이 흐른 것은.
무어 그리 슬픈가.
이유를 되짚어간다면 그 시작을 모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소리까지 꺽꺽 내어 울 게 뭔가.
일찍 자야 하는데 잠은 들지 않고 울음만 들었다.
엄마 방에 들어서자, 늘 그렇듯 아버지는 코를 골고 엄마는 가만히 눈을 뜨고 누워 계셨다.
마스크 쓰고 눈만 빼꼼 내놓으니 엄마 흐린 눈에는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듯하다.
누고?
엄마, 막내 왔어.
지난번보다도 더 말라서, 뼈대의 구조를 증명하는 엄마의 몸.
내 눈물이 마스크 안쪽으로 타고 내림은 얼마나 다행이던가.
내 기척에 깨신 아버지와 몇 마디 나누면서도 주책스럽게 눈물이 났다.
두 분 눈을 피해 고개 돌리다가 더 참지 못해 주방으로 가서 식탁에 엎드려 엉엉 우니 요양보호사가 깜짝 놀랐다.
점심 먹지 않을 거면 차 밀리기 전 일찍 가거라 하시길래 돌아올 채비를 한다.
생신 때 봉투를 이제야 드렸더니 아버지는 내가 드린 몇 배의 차비봉투를 주셨다.
엄마와는 방에서 인사하고 아버지와는 현관에서 작별한다.
내가 아버지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렸다.
사포처럼 거칠고 꺼끌거린다.
잘 드시고 계세요.
나는 계속 운다.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신다.
집을 나와서 뒤돌아보면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지팡이를 짚고 서있다가 같이 손을 흔든다.
나는 길을 걸으며 계속 운다, 시외버스 속에서도 계속 운다.
모르겠다, 둑이 무너진 것인가.
시외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할 때 잠시 눈물이 마른 틈을 타 터미널 옆 이마트에 갔다.
와중에 먹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참 마음의 일관성이 없다)
어젯밤부터 울었더니 멍하고 기운이 없다.
장 봐 온 핫도그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케첩과 머스터드를 꼬불꼬불 발랐다.
커피와 함께 저녁으로 먹는다.
그대를 보고온 후부터는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