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비 온 후 가을하늘
愛야
2005. 8. 21. 10:43
목 화
서 정 주
누님
눈물겨웁습니다.
이 우물 물같이 고이는 푸름 속에
다수굿이 젖어 있는 붉고 흰 목화꽃은
누님
누님이 피우셨지요?
퉁기면 울릴 듯한 가을의 푸르름엔
바윗돌도 모두 바스라져 내리는데....
저, 마약과 같은 봄을 지어내어
저,무지한 여름을 지어내어
질갱이 풀 거슴길을 오르내리며
허리 굽흐리고 피우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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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차례 지나가고 나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높아졌다.
새벽녁에 홑이불을 잡아 당겨 깊게 덮는다.
잇몸수술 탓에 퉁퉁 부은 얼굴로도 오랜만의 숙면을 하였다.
가을이 결국 왔다.
자연 앞에 인간이 가장 간사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