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선물

愛야 2006. 3. 11. 19:52

2006.3.10. 금요일.

 

아는 분이 나에게 예쁘고 앙증맞은 수공품을 선물로 주었다.

고맙다.

그 선물을 주려고 마음먹는 그 순간은 잠시라도 나를 떠 올렸을테니 참 고맙다.

세상에서 누군가 내가 모르고 있는 순간에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차를 나누며, 기꺼이 웃으며 그녀를 아름답게 여긴다.

잠시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生의 진통제임이 분명하다.

그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순간부터 왼쪽 어금니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치통을 잊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 어여쁜 마음을 들여다 보는 동안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시리고 아파 음식을 먹는 것이 고통스러운 지 거의 2주일이다.

오늘은 관자노리까지 통증이 뻗치며 두통도 끊임없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먹지 않는 암씨롱 한 알을 미지근히 식힌 커피와 함께 삼킨다.

먹을 수 없어 하루종일 빈 속이지만 진통제를 삼키지 않을 수 없다.

 

암씨롱 한 알의 진통 효과는 두어 시간이다.

그 두어 시간 동안 나는 내 할 일을 다 마친다.

지겹고 끔찍한 책임감이다.

하지만 치과에 갈 시간은 왜 안나는 걸까.

 

저녁에 드디어 보건소의 치과의사로 근무 중인 조카에게 비명을 지른다.

어금니와 잇몸이 아파 죽겠다, 차라리 치아신경을 다 죽여다오, 그런 치료는 없는 거냐...

이모, 신경을 죽이든 치료하든 얼릉 치료받던 대학병원 가 보세요. 신경에 염증 생긴 것 같아...

 

이래서 아들도 엄마가 아픈 줄 안다.

내가 말하지 않고 내색을 하지 않으니 아무도 모른다.

알릴 이유가 없다.

마음으로도 자신의 몸처럼 아파해 줄 사람은 없다.

어차피 진정이 아닌 것은 어떤 모양새든 다 마찬가지다.

 

다시 암씨롱을 한 알 삼키고 잠을 청한다.

잠이 당연히 오지 않는다.

이 노래를 우연히 듣는다.

기가 막히는 심정으로 듣는다.

힘 있고도 애절한 가락과 가슴을 스치는 가사에 천착한다.

암씨롱의 진통효과가 단박에 倍가 된다.

 

낮에 만난 그녀와 예쁜 선물, 마음을 후비는 노래 한 곡,

다시 인생이 잠시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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