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널 뛰듯 글쓰기
#1.
이번 生은 베렸다가 아니고 이번 김치찌개는 베렸다.
포옥 쉬어버린 김치를 찌개로 환생시켰건만, 그냥 다음 생을 기약하자.
#2.
보이는 것이 다다.
볼 수 있는 것이 다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은 다가 아니다.
#3.
언젠가부터 꿈 없이 잠을 잔다.
잔다기보다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는 기분이다.
마취의 끝처럼.
세상의 소음과 시간이 의식 속으로 비집고 드는 순간 지난밤 꿈은 까맣게 밀려난다.
그래서 현실과 꿈을 맞바꾸는 것이지.
눈을 뜨면 지하세계에 끌려가 누워 있는 나를 본다.
아침마다 무덤에서 지상으로 기어 나온다.
#4.
근자에 들어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다.
그래 봐야 1킬로가량 불었지만 더 내려가지 않은 것도 감지덕지다.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는 각오가 강박이 되어 다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악순환.
#5.
<현대시작법> 책표지를 볼 때마다 오독한다.
現代詩作法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뭘 시작하라는 거야, 시작하는 법을 어찌 배워 싶어 어리둥절하다.
시작이라는 말은 겁나게 겁나는 미래이다.
#6.
첫 모기를 잡았다.
잡고 보니 피가 낭자하다.
이미 빨렸다.
AB형 붉은 그러나 맹한 혈.
그걸 모르고 대롱을 꽂다 죽은 모기는 더 맹한 넘.
#7.
지난번 부러졌던 나무에서, 가느다란 몸통만 남은 그 나무에서, 꺾어져 멈춘 바로 그 자리에서, 차마 버리지 못해 두었을 뿐 결코 믿지 않았던 그 자리에서,
새 잎이 돋는다.
잠재된 사랑이란 눈물겹게 질기다.
돋았으니 자라야 하는 것.
나는 물을 준다.
무성해져라, 그럴 자신으로 다시 돋은 거냐.
Offenbach "하늘 아래 두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