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오다와 가다.

愛야 2010. 7. 6. 12:38

 

 

#1.

덥다. 내일이 소서이다. 두어 달만 견디면 여름이 가리라. 일 년 중 상반기는 내가 싫어하는 두 계절로 구성되어 있다. 하반기 두 계절은 견딜 만하지만 그 계절을 즐기면 한 해가 휘까닥 지나버려 탈이다. 상반기가 좋은 계절로, 후반기가 싫은 계절이라면 후반기를 지긋지긋 진저리 내느라 세월을 좀 천천히 보낼 텐데.

 

#2.

K.

너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다. 결국, 우리가 친구로 지내온 세월이 참으로 길었다는 것이다. 너를 위로하느라 나눈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

녹내장으로 왼쪽눈 30%가량의 시력이 없다는 너의 말도 충격이었지만 아무런 치료책이 없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우리들이 벌써 그럴 나이가 되었니.

 

K.

그래도 나는 너에게 운전을 시켰다. 너의 앙징맞은 노란차를 타고 떠났던 짧은 여행. 조금 더 푸른 산천, 조금 더 짙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운전대는 너에게 맡기고 나만 편했다. 주막에서도 나는 너에게 술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나만 취했다.

 

돌아온 날 저녁, 산책을 나가며 너에게 전화를 하였다. 위무와 힘을 주고 싶었는데 정작 여행에서는 하지 않고 새삼 전화였다.....k, 너 어릴 때부터 지독한 근시였잖아. 안경알이 뱅글뱅글 돌아갈 정도로 말이다. 그 시력을 해 가지고도 50년 넘게 살았어. 아직 오른눈은 건재하니 앞으로 또 50년은 거뜬히 문제없을 거다. 50년 후는 죽어도 아깝지 않은 나이니까 그때는 죽어버리면 된다.(이것도 위로라고...참.) 잊지 말고 안약 잘 넣고 더 이상 악화만 시키지 않도록 해.

 

악화만 시키지 않도록, 그것이 최선의 치료라니. 지탱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유지하는 행운이 있기를.

 

#3.

Come. 일인칭은 '가다'로, 그 외 인칭에서는 '오다'로 풀이되는 동사.

 

i'm coming. 내가 오고 있어요. 이상한가? 이상하다. 하지만 나도 올 수 있다. 내가 나를 떠나 있었다면. 버릴 수 없는 내 안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