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1
제법 몰입해서 보았던 드라마가 지난주에 끝났다.
여러 <마더>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사건은 극적이지만 행동과 대사가 담백하였다.
사람은 제각각이니 엄마의 모습도 제각각임이 당연하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엄마는 딱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거나 몹쓸 엄마이거나.
물론 그 확실한 갈등구조가 드라마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니 우짜것는가.
현실에선 모든 것을, 심지어 몹쓸 엄마의 심정조차 조금씩 섞은 엄마들이지만 말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반복된 대사는 "나는(혹은 너는) 엄마니까."였다.
체포되어 갇힌 딸에게도 면회 창 너머 생모는 격려하였다.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 너는 엄마니까.
나는 그 장면에서 숨이 턱 막혔다.
아 정말 지겹고 지겹다.
엄마라는 것이 그렇게나 튼실한 굴레냐.
"엄마니까"처럼 강박적 사랑이 또 있을까.
엄마는 포기를 몰라야 하고 자식을 위해 한평생을 기꺼이 던져야 하나.
엄마는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하고, 사랑은 무제한이어야 하고, 비겁하지도 말아야 하나.
엄마된다는 것은 가장 기쁘고도 모진 일이구나.
자식을 출산했으므로 그냥 엄마가 된 것뿐인데.
정철기본모성 따위를 익히고, 이 한 몸 바칠 결심 불끈하고 엄마가 되진 않았는데.
자연스레 싹트는 가늘고 느린 모성, 그 정도면 충분히 살아지는 세상이라야 하지 않나.
우리 모두는 너무 투철하고 전투적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부터는 뭘 보나.
#2
봄.
비가 잦다.
오늘도 빨래를 못 했다.
대신 백포도주를 땄다 혹은 깠다.
홍매화 피었던 3월 초.
대포 장착한 진사님들 사이에서 동네 어르신 열심히 찍으신다.
가장 젊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