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1.
소문에 로스께들은 시커먼 빵덩이를 베고 잔다네, 그카다가 배고프면 썩썩 베서 묵고, 아이고 더러븐 넘들.
엄마의 말이 떠올라 나는 비싯 웃는다.
파리바게뜨 모카 빵을 썰 때면 부록처럼 엄마의 말과 표정이 따라온다.
로스께의 베개 겸용 빵 덩이와 모카 빵은 비슷하지도 않을 텐데 그 접점을 모르겠다.
이유야 어떻든, 수십 년 전 어느 날 들었던 이야기는 이렇게 내 빵 접시 위에서 부활하곤 하지.
본 적 없는 로스께 군인은 소문 속에서 더러운 놈으로 완성되었다가 다시 빵 봉지에 묶여 봉인된다.
#2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더구나 인간으로.
빵과 커피와 아몬드 한 줌을 점심으로 먹고 모처럼 한낮에 수목공원으로 간다.
뉴스로부터 나를 떼내어야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울분과 걱정을 잊고 싶어 집을 나섰으나, 세상은 그런 호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거리 모든 사람이 쓴 마스크가 지금은 바이러스 시대임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다행히 공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걷고, 매화를 보고, 젊은 연인들은 산수유 노란꽃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고마워라, 사람들이 햇볕 아래로 나와서.
하지만 나는 곧 공원이 전과 달리 너무나 조용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한 남자가 묵묵히 후프를 돌리고 있고, 5살쯤 어린아이조차 외침 없이 달려가 엄마에게 매달린다.
친구인 듯한 두 여인은 팔만 힘차게 흔들며 나란히 걷는다.
봄날, 허파가 뒤집어지도록 웃어도 모자랄 봄날, 허파를 지키기 위한 필사의 이 묵언수행.
사람들은 마스크 속에 수다와 까르르를 가두고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일견 교양있어 보이기도 했으나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잠시 슬펐다.
#3
돌아와 다시 뉴스를 켠다.
대구의 사망자가 2명 늘었다는 소식에 혀.를.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