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제자리걸음이다.
다행히 시작보다 조금은 눈시울이 튼튼해졌다.
그래, 소용없는 일이지만 소용없는 것이 원래 더 간절한 법이다.
효용성으로만 저울질되지 않는 일이 사실은 더 진실할 수 있으므로.
내 살만 깎아먹는 소모적 기억인 줄 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사라질까 봐, 텅 비어 허무하기보다는 아파도 들여다 볼 상처가 차라리 위안이려나.
울면서도 약을 바르거나 주사바늘 들어가는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던 어린 시절처럼.
안 볼 걸, 조금만 보다 고개 돌릴 걸 그랬다.
#2.
다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자든 말든 가차없는 하루치 일상은 아침마다 입 딱 벌리고 오고 왔다.
피곤이 비겁하게도 몸뚱이 가장 얕은 곳 어디쯤에서 존재를 알린다.
해서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양쪽 다.
검은 눈동자 이외 흰자위는 온통 빨간색이다.
.....끔찍하다....
이렇게 견딘다.
견디기 싫다.
#3.
계절이 바뀌면 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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