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70 인정사정 없는 작년 봄날, 외사촌 J와 설렁 경주를 갔었다.4월이었지만 여름처럼 더웠다.그 싱거운 1박 2일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그녀가 읽고 말했다.그래, 나 J, 히힛. 그 J가 세상을 떠났다.뜨겁디 뜨거운 8월의 세상을. 작년 가을에 통화할 때 우리는 함안 둑길에 가자고 했다.그녀에게는 고향이고 나에게는 외가였다.둑길 비탈을 데굴데굴 구르던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그리웠었다. J, 이건 반칙이다.여행 때 보았던 너는 나보다 몸이 튼튼했잖아.오른쪽 눈에 피가 터지게 울어도 너의 부재를 믿을 수 없었다.소식 뜸했던 것은 불과 몇 개월인데, 삶이란 이토록 인정사정 없고 가차 없구나. 아까 방바닥을 물티슈로 하염없이 문지르며 이런 모진 생각이 들었다.28년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게 살다 떠난 우리 엄마보다(너의 큰고모) .. 2026. 8. 25. 부스러記 42, 막판 스퍼트! 2025. 10. 9. 목요일한글날이다.창제의 연도와 주체가 분명한 문자는 세계에서 한글이 유일하다고 한다.쓰면 쓸수록 어떻게 이리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었을까 감탄이 절로 난다.만약 세종께서 사대부들의 한자 능통함만으로 불편함이 없어 백성들의 까막눈에 무심하였다면, 상상만으로 아찔하다.한글을 만드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글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함부로 소비한다.마치 공기처럼. 전에는 한글날이 되면 소회 한 줄 언급하곤 했지만 언젠가부터 멈추었다.한글을 예찬하고 바로 쓰자고 목 터져라 외친들 무슨 소용인가.잔소리나 진부한 나라사랑쯤으로 취급될 뿐이고, 세상에는 나날이 정체불명의 언어들이 늘어가지 않은가.미래의 어느 시대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이.. 2025. 12. 31. 칼각을 향하여 세탁된 옷들을 넣기 위해 티셔츠 서랍장을 열었다.그동안 옷을 많이 내다 버려서 서랍장은 칸칸이 헐렁하다.서랍장 속의 내 티셔츠들은 사각형으로 접혀 누워 있었다.사람들은 각자의 성향대로 티셔츠나 수건이나 양말을 접는다.대부분의 사람은 나처럼 척척 '대강 철저히' 접어 수납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하지만 그것은 나의 편한 오해일 경우가 많았다.의외로 사람들은 야무지고 꼼꼼하였다.어떤 이는 티셔츠나 수건을 돌돌 말기도 하고, 책처럼 옆으로 세워 넣기도 한다.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칼각이었다.수납하는 모든 살림살이, 행거나 냉장고 속이나 주방 서랍장도 반듯 까알끔하였다.그들의 손끝에서는 특수한 호르몬이 나오는 게 분명했다. 내 친구 S도 그렇다.함께 근무하던 시절 그녀의 책상서랍은 빈틈없는 칼각이었다.나의 서랍 .. 2025. 12. 25. 부스러記 41, 비정형 여름 2025. 8. 18. 화. 흐림가수 김종국이 결혼한다고 T.V 안이 시끌시끌하다.신부가 비연예인이라 비공개로 하는데 그 과정이 거의 첩보전이란다.늦게라도 짝을 만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우리와 무슨 상관이라고 전 국민 뉴스로 내보내냐고! 2025. 9. 4. 목. 맑음떡갈고무나무에 물을 주었다.넓적한 잎이 만져보면 부드럽지 않고 좀 뻣뻣하다.그래서 물을 주었는데 과습 될까 봐 탁상달력에 물 준 사실을 메모해 두었다.물과 물 사이 간격을 조절하려면 기억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오후에 낮잠을 잤다.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데, 짧지만 제법 깊이 잤으니 의아하다.떡갈고무나무 물 준 것이 피곤해서는 설마 아닐 테고, 자고 일어나니 기운 없고 기운이 없으니 조금 우울하다.하여튼 여름은 싫어.... 2025. .. 2025. 11. 13. 짜장대첩 냉장고에 춘장(짜장) 한 봉지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 시점을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문을 여닫을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그나마 육류나 생선을 보관하는 신선칸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며칠 전, 춘장봉지를 꺼내 유심히 살폈다.5~6인분의 양이고 장(醬) 종류라 유통기한이 긴 덕분에 다행히 날짜가 넘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했다.그려, 함 해 보까? 설마 춘장이 나를 잡아먹것으...? 재료를 체크해 보니 면(麵)은 있는데, 전분이 없다.마트 가기에는 시간이 늦었기에 내일로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대신 채소를 미리 준비하였다.감자, 양파 듬뿍 썰고, 애호박과 양배추도 썰고, 소분해서 냉동한 돼지고기 한 봉지를 냉장칸으로 내려 두었다.사실 이것은, 정작 내일이 되면 하기 싫어질까 봐 퇴로를 막아두는 잔머리다.. 2025. 9. 20. 부스러記 40, 열차에서 내려야 할 때 2025. 06. 10. 화요일 쌀이 똑 떨어졌다. 2025. 06. 18. 수요일쌀이 똑 떨어졌는데 1주일이 넘도록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3.5컵의 마지막 쌀과 1컵의 귀리, 서리태 0.5컵을 섞은 총 5컵의 곡식으로 밥을 지었었다.밥을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대략 열흘동안 먹는다.아침은 빵이고, 밥은 저녁에만 먹으니 오래가는 것이다. 스스로 의아하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그랬듯이, 생필품이 떨어져 가면 새것을 미리 사두기 마련이다. 냉동칸 고등어가 그렇고, 얼려 둔 식빵이 그렇고, 맥심커피 4 봉지와 액상 원두커피가 그렇다.종류별 라면도 그렇고 높게 쌓여있는 두루마리 휴지와 티슈는 말할 것도 없다.그런데, 쌀은 미리는커녕 똑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고 있는 것이다.비축되.. 2025. 8. 10. 부스러記 39, 그립지만 그것뿐 2025. 4. 6. 일요일. 흐렸다가 맑다가통 넓은 바지가 다시 유행이다.돌아온 유행이 내심 반갑다.나날이 얇아진 허벅지의 실체를 은폐할 수 있으니까. 유행은 다시 돌아왔지만 구천을 떠돌고 있을 버린 내 바지는 돌아오지 않는다.오늘 국제시장 옆 깡통시장에 가서 통 넉넉한 청바지와 면바지를 샀다.일자로 통 넓은 스타일은 키 작은 나의 몫이 아니라서, 아래로 갈수록 소심하게 좁아지는 배기바지로 샀다.허리를 줄인 후 입어보니 세상 헐렁헐렁 편하다.백 년 만에 옷을, 그것도 무려 청바지를 다시 사다니. 2025. 4. 18. 금요일. 맑다경주에서 J와 헤어져 늦은 오후 부산에 도착했을 때, 역 광장의 공기가 달랐다.잠시라도 부산을 떠났다 돌아올 때 언제나 느끼는 것은 '공기가 흘러 다니는구나'였다.경주는 .. 2025. 6. 15. 설렁 경주 겨울과 봄을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탓하며 오로지 집에 웅크리고 있었다.얼마 전 천안에 사는 외사촌 J가 여행 가자고 전화를 했다.그녀는 나보다 한 살 위인데 둘 다 막내에다 같은 중. 고등학교를 다녀 자랄 때도 친구처럼 죽이 잘 맞았다.사실 내 속마음은 아니 아니, 절대로 안 움직이고 싶어, 라고 했으나 겉으로 뱉진 못했다.내가 언젠가 외갓집 있던 함안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여 챙기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는야 갈대, 그건 그때고 지금은 그저 꼼짝하기 싫었다.외사촌도 함안은 가을에 가고 이번에는 통영이나 경주쯤 어떠냐고 했다.나는 집에서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경주가 좋겠다고 하였다.그녀가 숙소와 본인의 ktx 티켓를 예약한 후 나도 겨우 왕복 srt표를 예약하였다.그런데 표를 예약하고 나.. 2025. 4. 28. 부스러記 38, 두 계절에 걸쳐 2025. 1. 23. 목. 맑음어제 독감접종을 하였더니 팔이 조금 아프다.주사 맞은 자리가 빨갛게 부어 딴딴하다.초겨울 11월쯤에 해야 했지만 그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루다가 늦어버렸다.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다. 2025. 1. 29. 수. 맑음(설날)설 주간이다.아들은 음력으로 새해 일출을 보겠다더니 정작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으악 소리치며 일어났다.들뜬 머리에 야구모자 눌러쓰고 뛰쳐나갔는데 광안리나 이기대 어디쯤으로 갔을 거다.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돌아와서 일출 사진들을 보여준다.고 3이 되던 새해 둘이 같이 일출을 위해 개방된 광안대교에 갔던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아들은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에 서울로 갔다.긴 명절 연휴가 끝나는 내일 하루는 뒹굴.. 2025. 3. 23. 이전 1 2 3 4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