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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혹은 기록41

아버지, 가을입니다 아버지.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합니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여름으로부터 우리 모두 흘렀습니다. 엄마는 잘 지내십니다. 아버지는 당신 아니면 큰일날 듯 엄마를 유리잔처럼 보살폈지만, 정작 엄마는 새 환경에 적응을 잘 하십니다. 저희 자식들 중 어느 한 명도 엄마를 계속 집에서 모시지 못 해 마음 아프고 송구할 뿐이지요. 지난 30년 동안 가장 적임자였던 저도 이제는 건강이 여의치 않음을 용서해 주세요. 그저께 10월 10일은 49재 날이라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자주 다니시던 등산로 초입의 그 길상사 맞습니다. 49재를 올리는 대웅전 앞뜰은 오후 햇살 반짝이는 가을이었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독경이 카랑카랑한데, 그렇지요, 아버지 안 계시건만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세.. 2022. 10. 12.
뒤늦게 인사 집에 돌아와 두 밤을 자니 새해라고 한다. 새벽 6시 깨어 커피 한 잔 마시고 느릿느릿 광안대교로 걸었다. 오랜만에 일출을 보러 간다. 아덜놈 대학 들어가고 처음이지 싶다. 시간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빤히 보이는 그 다리가 왜그리 먼고? 광안대교 한 가운데로 가기도 전에 해는 떠오르.. 2020. 1. 8.
또 새해다. 툭하면 새해다. 올해는 황금 개띠의 해라고 한다. 개띠면 개띠지 황금은 어떤 근거로 붙는지 모르겠다. 말도 백말, 청말 해쌓는데, 다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인간의 수작질이다. 가마이 있자, 12년 전에 개에 대해 글 올렸던 기억이 난다. http://blog.daum.net/ykyk3760/6001208 그것은 띠가 한 바퀴 돌 때까지 이 블로그에 눌러앉아 있었다는 말이다. 징징징하다, 참말.....! 졸지에 누룽지가 된 심정. 개에 대한 옛글을 읽어보니 길고 장황하게도 썼다. 늙는다는 건 소진해 가는 것이라, 이젠 할말이 없다. 그러니 이번 개띠에는 인사만 하고 이만 총총. 모두 새해 행복하시길 빕니다. 2018. 1. 3.
제법 질긴 나 10년 전 오늘 7월 15일,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나는 블로그에 관심이 없었음은 물론 사이버 세상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심했었다. 어느 날 메일을 확인하러 daum에 들어왔는데 유난히 "내 블로그 만들기"라는 유인 문구가 보였다. 막 블로그가 융성하려던 즈음이라 홍보배너가 곳곳에서 반짝거렸다. 마침 메인에 강원도 동강에 대한 글이 올랐는데, 처음으로 블로그 글을 찬찬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글의 높은 수준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세상에, 블로그에도 이런 글이!! 사이버가 다 음흉하고 사건.사고의 발생지만은 아닌가벼. 그리하야 조심스레 "내 블로그 만들기"를 눌렀다. 그때, 10년이 예사로 흘러갈 줄 왜 몰랐던가. 동강의 글을 쓰셨던 로드필로 '수색의 월츠'님은 악양으로 가셔서 집을 짓고 계신다... 2015. 7. 15.
진짜 인사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저와 이웃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사뿐히 절하는 나비 같은 자태 보이시죠? 네, 좀 무거운 나비. . . . . . . . . . . . . . . . 속마음 Terry Jacks 2012. 12. 31.
귀환 녀석이 돌아왔다. 나라를 다 지켰다나 어쨌다나. 국방부는 로켓트 건전지를 쓰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곗바늘이 이토록 핑핑 날아갈 수가 있나. 내가 <벌써>라고 말하면 녀석은 낮고 조용히 말한다. 옴마,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라. 하지만, 녀석 빼고 모든 주변인들은 다 <벌써&.. 2012. 11. 16.
미역국보다 치맥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날. 세상에서 나 혼자 아이를 낳은 양 흐뭇하게 기절했던 날. 아들.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는 너의 나풀거리던 머리카락이 남아있다. 깡총거리며 뛰는 너의 둥근 머리통이 반짝거렸지. 말없이 쓰다듬으면 내 늑골 언저리에 물이 차오르곤 했다. 어른으로 자라가는 .. 2012. 7. 17.
지금이 추억이다 "망내야." "엉." "이자삐기 전에 미리 말하는데." "뭔데여?" "내가 봄에 입을 쉐타 사라." "알았으요, 우떤 스타일을 원하셔?" "노란색만 아니면 상관없다. 난 노란색 싫다." "응, 엄마 노란색 싫어하시지." "앞이 죽 트여 있어서 밥 묵으러 주방에 갈 때 입었다가 방에 와서 벗어놓고." "그럼 카.. 2011. 11. 23.
훈련병의 소포 1. 아들의 옷이 부쳐오다. 오후에 집을 나설 때 관리실 아저씨가 소포 와 있다고 말했지만, 받아서 집에 올려다 둘 시간이 없었다. 보관을 부탁하고 바삐 나갔다. 퇴근 때 나는 빈 손으로 그냥 올라갔다. 이 나이에 까묵는 거, 당연한 일 아닌가. 저녁을 먹다가 그제야 아차, 소포!! 했다. 일단 먹던 밥 마저 드시고 나가 찾아 왔다. 뜯었다. 보물도 아니고 10억 돈상자는 더더욱 아닌,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을 울린다는 바로 그 입대 옷소포! 맹세컨대 눈물 안 났다. just 빨랫감으로만 보였다. 더구나 맨 위에 딱 놓여있는 라이터를 보는 순간 히익 웃기까지 해버렸다. 아들이 눈물을 사랑의 척도로 삼는다면 얼마나 배반감 탱천할 것인가. 만약 눈물이 나온다면 참지 않고 가차없이 대성통곡할 결심까지 했었는데.. 2011.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