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 혹은 기록41

부러졌니? 처서다. 밤바람은 손톱만큼 가벼워졌다. 하늘 보고 싶은 마음이 고물고물 살아온다. ....반달 떴다. 모두들 수고했다. 너조차도. 2007. 8. 24.
한 뿌리 세 꽃 지난 번 가져온 연산홍 화분에서 꽃이 피어납니다. 꽃봉오리 맺힌 건 조롱조롱인데 꽃송이로 벌어지기까지 어찌나 뜸을 들이는지 그냥 쉬이 다가오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싶데요. 뿌리는 하나에 꽃 피니 세 종류입니다. 흰 꽃, 진분홍 꽃, 연분홍 꽃. 흰 꽃잎에는 분홍색 줄무늬가 있구요. 느지막히 피.. 2007. 4. 17.
졸업 또 졸업 1. 졸업식. 2월 22일 목요일.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이다.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거렸다. 아침에 아들에게 안내 프로그램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제야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준다. 수상의 내용과 대표 학생들의 명단이 죽 있다. 학업 우수상, 공로상, 3년 개근상, 3년 정근상, 1년 개근상 등이 있다. 녀석은 아쉽게도 3년 정근상이다. "근데 이 모범상이란 건 뭐냐? 너희 반에도 4명이나 받네." "바로 나지." "뭐시라? 니가 모범상...? 뭐에 모범적이었는데?" "음, 모든 면에서 모범이었단 말이지." "참 애매한 상이구나." 교복을 기부할 사람은 사복을 가지고 오랬다며 아들은 바지와 티셔츠를 챙겨 먼저 학교로 갔다. 나는 제발 기부하라고 했다. 그래야 교복을 훼손하는 세러머니도 삼갈 것이고 아직 .. 2007. 2. 24.
입방정 방학 전, 아들은 고등학교 배정을 위한 지망서를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2지망으로 B고등학교 적을까? 아니 왜애? 그 학교는 여태 언급도 안 했으면서 갑자기 왜? 음~시설이 무쟈게 좋다네. 짜슥아, 학교 시설이 대학 보내주나? 또 얼마나 먼데, 생각하는 거 좀 봐라. 학교는 내가 댕길 건데 엄마가 .. 2007. 2. 2.
이슬같은 # 1. 응급실 오전 열흘쯤 전 친정 아버지께서 밤중에 엠블런스를 타고 이 도시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오셨다. 위축성 위염으로 간간히 동네 병원 진료를 받으셨는데, 그날은 몹시 심하여 두 번이나 구토를 하셨단다. 응급수술을 요하는 다른 병변이 의심되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 2006. 11. 20.
나의 영원한 가쓰라기상 이런 경우가 있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으로 순간 멍해질 때 말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 소설을 뒤적이다가, 뒤통수 맞은 듯 한 일본소설을 기억해 냈다. 아, 그래, 그 이야기가 있었지, <만가>.... 한 시절 수없이 되풀이 읽곤 했었는데 어쩜 이리 절벽처럼 잊고 있었을까. 얼른 집으로 가.. 2006. 10. 23.
앓던 이 빼다 마음이 복잡하면 먼저 식욕이 떨어지고 곧이어 몸 어딘가가 반응을 보인다. 주로 위장이나 머리가 되기 쉽지만 요즘은 어금니가 단골이다.작년 여름, 잇몸수술 이후 어금니 하나가 심심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통에 지난 3월부터 줄기차게 치료를 받아왔다. 끔찍했던 신경치료와 얼얼한 마.. 2006. 8. 29.
8월 중순 바위로 덮어서 숨겨둘 만큼 귀한 건가요? 강호동이가 와야 불을 끄겠네요. 사실은 모형 바위입니다. 바위 들어내느니 그 시간에 빨리 토끼면 되지요. 오늘은 바람이 불고 하늘이 흐립니다. 널어 놓은 수건과 티셔츠와 빤스가 태극기처럼 휘날립니다. 뜨거운 열기에 스스로의 수분을 포기하며 까실까실 마르겠지요. 불철주야 몸을 불사르던 변강쇠 같은 태양 저 넘도 오늘은 약간 피곤한가 봅니다. 2006. 8. 11.
아들의 생일 2005. 7월 17일 오늘은 제헌절이다. 그리고 아들의 생일이기도 하다. 아들 생일을 위해 나라에서 전국적으로 국기도 달아주고 하루 쉬게도 해 준다. 참 고마운 나라다. 이 모친은 정말 절묘한 타이밍으로 아들을 탄생시켜 주었다. 16일 저녁부터 진통해서 밤 12시넘겨 1시 27분에 낳았으니,17일.. 2006.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