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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혹은 기록41

입영 같이 입영하는 지 친구가 오나 안 오나 찾고 있다. 귀걸이 뺀 자국 귓볼에 아직 선명한데 알밤같이 머리 밀고 보니 불과 몇 해 전 중학교 입학 모습이다. 첩첩 골짜기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돌아왔다. 울지 않았다. 아니다, 사실은 줄 지어 이동하는 아이를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눈물이 눈.. 2011. 2. 16.
아들의 시 어제 저녁, 아들이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했다. 나가서 사 올까 하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라 하였다. 엄마는 배부른 곡주보다 화학주가 좋다고 귀뜸했다. 잠시 후, 맥주 두 캔과 소주 일 병이 상에 차려졌다. 술 좋아하는 어미 덕에 아들은 엄마와 술상 앞에 앉는 영광을 가끔 누리게 되었다. 소주 반 병은 나에게 주고 아들은 나머지 소주를 맥주에 말아 드셨다. 많이 해 본 솜씨였다. 녀석이 시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헉. 고딩시절의 치기로 진작 그쳤는 줄 알았는데 백 몇 십 편을 썼다나 어쩐다나. 한번도 안 보여 주었기에 내가 너의 시를 감상할 수 없노라고, 엄마에게 보내주면 블로그에 올려주꾸마 했다. 알겠다고 수굿하니 대답했다. 안 해, 싫어, 앙탈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이 우호적 분우구, 흐흐,.. 2011. 1. 20.
새해 첫날 일출 아니구요, 새해 첫 해 지는 모습입니다. 다대포 바다가 어찌나 멀던지 가는 도중에 거리에 네온이 들어오고 말았지요. 해가 다 빠질 것 같아 애가 탔었어요. 다행히 바다에 도착하자, 아침에 동해에서 떠올라 하루를 착실히 걸어온 해가 딱 저만큼 남아 있었어요. 고물 디카로 해만 .. 2009. 1. 2.
장보기 해후 일 년만에 세 여자는 조우한다. 여름과 겨울, 두 번 꼭 만나자던 애초의 약속은 한 번으로 겨우 명을 이어간다. 365일 중 이틀도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 년만에 만나도 어제 헤어진 듯한 끈끈함이 세 여자를 수십 년간 이어준다. 터미널을 벗어나자 길 건너편의 웅성거림이 목격된다. 이 터미널 동네에 사람이 들끓기 전부터 있어온 5일장날이라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 운이 좋았다.   세 여자는 실로 오랜만에 장구경을 하기로 한다. 장터로 들어선다. 한 여자가 국산깨를 사야겠다고 한다. 그 여자는 이미 들어서는 입구에서 생땅콩을 한 됫박 산 터이다. 첫 깨장사 앞에 이르러 국산인지를 살펴본다. 성급히 살 게 아니라 장을 좀 구경한 후 결정하자고 한 여자가 말린다. 나중에 깨를 사면 꼭 여기서 사겠다고 .. 2008. 8. 23.
석 3년 블로그 시작한 지 1095일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만 3년이라는 말이다. 수다의 세월 3년. 달라진 것이 뭔가. 인연. 즐거움. 컴퓨터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 그리고 더욱 몸 사리기. 누가 나를 알아볼까봐. ㅎㅎ 걱정이다. 이걸 대체 언제 끝내나. 달리는 말 우에 앉은 꼴이라 내릴 시기를 모.. 2008. 7. 15.
세피아색 시절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옛 앨범을 뒤적였다.너무 낡아 한 장 한 장 분리되는 갈피를 추스리다가 사진을 몇 장 가져와 버렸다.언젠가는 각자 본인들 것을 챙겨가든지 아니면 형제 중 누군가가 새 앨범에 다시 정리해야 할 것들이다.가져올 수 없는 몇 장은 찍어왔다.굳이 세피아 효과 필요없이 이미 빛바랜 사진들.젊은 아버지, 지금 나보다 더 젊은 엄마.그들의 슬하에서 미래를 모르고 깡총거리던 나. 울아부지. 들국화 핀 들판에 문학청년 비스무리한 폼으로 뭔 상념하실꼬. 한 샤프 하셨고나, 서있는 사람은 아버지 동생 숙부님. 두 분 용모나 성격이 안 닮으셨다.숙부는 할아버지 모습을, 우라부지는 할머니를 닮았다.성격은 또 반대로 닮으셨다.아부지 헤어스탈이 아주 현대적이다.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 엄마....컬러사진인 .. 2008. 6. 1.
박경리 오늘은 어린이날. 소설가 박경리 여사가 타계하셨다. 이제 또 한 명의 큰 작가가 옛날이 되었다.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감사하다, 아름다운 를 우리에게 선물하신 그녀. 2008. 5. 5.
어제 일기 2008. 2. 13. 수요일 맑음. 엄청시리 추운. 오전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일기의 전형적 문구) 시락국을 끓였다. 사실은 어제밤 자기 전에 끓여 두었던 것을 다시 데웠다. 시락국은 오래 끓여야 깊은 맛이 나니까 시간을 벌기 위해 미리 끓였었다. 아이 학교급식 식단표를 보니 아차, 오늘 .. 2008. 2. 14.
한글날 반성문.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아름답고 신통하기 짝이 없는 우리글입니다. 發聲기관을 본뜬 자음과, 우주의 본질을 상형한 모음이 기가 막히게 과학적으로 어우러지는 우리글입니다. 치밀하면서도 소리나는 대로 적어지는 우리글입니다. 최근 재미 삼아, 소리나는 대로의 원칙을 지나치게 따랐던 저를 반성.. 2007. 10. 9.